답사+고향방문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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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22 00:00
이른 아침부터 양복에, 양장에 곱게 차려 입은 할아버지 할머니 열분이 마당에서 봄나들이에 들떠 계십니다. 이분들이 누구시냐? 우리 집 큰 앞마당 "선사유적공원"을 매일같이 청소하시고 관리하시는 자원봉사 어르신들입니다. 이분들에다가 창녕으로 답사를 떠난다고 하니, 내 고향이 창녕하고도 석동이라고 몇달째 고향가시겠다며 생떼를 쓰시던 정쌍술 할아버지까지 가세를 하셨습니다.
어르신들의 부러운 인사를 받으며 성로원을 출발한지 한시간도 채 못되어 창녕이 자랑하는 "우포늪"에 도착하였습니다만, 사실 우리끼리 얘기지만 별 볼것은 없습디다. 우리에겐 실망감을 감춰줄 김밥이라는 무기가 있었습니다. 산들산들 봄바람을 맞으며 자연 속에서 먹는 김밥은 정말 맛나더군요. 쑥이며 냉이며 봄나물을 한 봉지씩 뜯어 넣고 다음 목적지인 정쌍술 할아버님의 고향으로 향합니다.
정쌍술 할아버지는 신체장애로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신지가 30년이 되었습니다. 석동이라는 마을에서 외롭게 생활하셨는데 동네 분들이 잘 보살펴 드려 아무탈 없이 사시다가 우리 원에 오신 분입니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동네에 들어서니 모든 마을 사람들이 정말 반가이 맞아주시고, 조촐한 잔치(?)까지 열어주셨습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하고 사셔서 할아버지께서 늘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문화유적답사도 잊고 그 마을에서 오랜 시간을 즐겁게 놀다가, 진흥왕 척경비가 있는 만옥정으로 향하였습니다. 공원에 도착하니 우리 어르신들은 갖가지 멋진 포즈를 취하시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답사취지에 걸맞게 진흥왕척경비의 내력을 설명해드리고 한컷 찰칵!
아쉬운 나들이는 아이스케끼로 달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곤한 잠에 빠져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