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번째 지역어르신초청 행복잔치


-어르신의 웃음이 우리의 기쁨-
만국기가 펄럭입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세상의 국기들이 소망을 담은 어르신들 마음처럼 하늘에 닿을 듯 나부낍니다. 2024년 4월 30일에 열린 ‘제20회 지역어르신 초청 행복잔치’는 막을 내렸지만 마당 넓은 집, 성산복지재단 나눔의 숲에는 아직도 행사의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쌀밥 같은 하얀 꽃을 이고 있는 이팝나무의 봄꽃 향기만큼 진하게 말입니다.
행사 전날 비가 와서 조바심치게 만들었던 날씨가 화창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더니 그 말은 틀리지 않았어요. 성산 직원들 마음은 오직 하나였답니다. 재단 내의 어르신과 함께 지역 내 모든 어르신이 이날 단 하루라도 행복하게 해드리자는 것이었지요. 그러한 염원이 응집되어 날씨조차 맑으니 떠들썩한 축제의 장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동안 성산은 사회복지 일선에서 돌봄이라는 미션을 우직하도록 잘 수행해 왔습니다. 특히 충실하게 지켜 온 사랑의 돌봄을 울타리 안에만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남달랐습니다. 이 세상은 혼자만 잘 살 수 없는 구조이기에 그렇습니다. 마음을 내주고 시간과 공간을 대주며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나아갈 때 지역주민 복지의 효과는 더 크게 작용할 테니까요.
행복잔치의 첫 삽은 예산편성이지요. 돈을 많이 들여 성대하게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이들을 동참시켜 지역축제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겼습니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여러 곳에서 후원에 동참해 주니 모두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답니다. 지역 어르신 초청 행복잔치가 더 빛을 발한 까닭입니다.
만국기를 다는 등 행사 준비에 여념 없는 직원을 보며 어르신은 기대 반 설렘 반인 마음으로 잔칫날을 기다렸을 겁니다. 며칠 전부터 이발소, 미용실을 다녀오는 등 나름대로 잔칫날을 위한 준비를 하고들 계셨답니다. 당일 아침에는 어르신들 옷 중에 제일 멋지게 보일 옷을 입으셨지요. 귀차니즘인 어르신들도 이날만큼은 직원의 도움을 받아 차려입기를 거부하지 않으셨습니다. 몇몇 남자 어르신들께서 “오늘은 우리가 대접받는 주인공이니 마음껏 즐기자”고 웃으며 대화하는 소리를 들으니 이런 잔치가 어르신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숙연해지더군요.
더없이 좋은 날씨에 성산 어르신, 지역 어르신 그리고 보호자 등 오백여 명이 자리를 빛냈습니다.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본 잔치 풍경은 자리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이 봄날의 연초록 잎처럼 빛났어요. 햇빛 아래서 모두 초록빛 종이 모자를 쓰고 있어 더없이 싱그러워 보였답니다. 여기저기 온갖 모양으로 치장한 풍선 인형들이 분위기를 한껏 띄워 주고 넓은 마당이 비좁게 여겨질 정도로 지역 어르신으로 가득 차니 잔치를 여는 집다웠습니다.
행사장을 방문하는 어르신은 첫 안내 부스에서 부채와 물티슈 등 기념품이 담긴 가방을 선물 받고 입장합니다. 건강체크와 청력검사가 진행된 부스에서는 보청기 착용을 위한 후원 안내와 국비지원 보청기 신청을 받았지요. 난청만큼 고독한 질병도 없다고 합니다. 그동안 방법을 몰라 고생하신 분에게는 소중한 프로그램이었을 겁니다. 그 외에 간호 부스, 뷰티 부스를 운영하여 의미를 더합니다. 어디를 가나 먹거리 부스의 인기는 단연 톱입니다. 먹거리만큼 옛 추억을 떠올려 주는 것도 없을 테니까요. 동심으로 돌아가 솜사탕과 팝콘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어르신의 표정이 어린아이처럼 해맑았습니다.
풍물패들의 공연을 시작으로 잔치가 예열되기 시작합니다. 사물놀이는 잠자는 흥을 깨워 잔치의 주인공으로서 즐기도록 이끌어 주는 힘이 있습니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민요 공연에 이어 본식이 진행됩니다. 충성교회 최영태 목사님의 인도로 예배를 마치고, 김동성 원장님의 개회사에 이어 이태훈 달서구청장님을 포함한 내빈들의 축사가 있었습니다. 특히 구청장님이 축사를 마친 후 진행된 퍼포먼스는 지역축제의 선도자로서 좋은 예를 남긴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날마다 새롭게 도약하는 희망찬 달서구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라고 구청장님이 선창하면 모든 이들이 “희망 달서 어르신 사랑”이라고 후창합니다. 지역 어르신의 행복을 담은 외침은 구석구석 닿아 행복하지 않은 어르신이 없기를 기원하는 간절함이 묻어났습니다. 이어 효를 실천한 분에게 감사패를 수여합니다. 효행에 대한 칭찬만큼 가슴 뭉클한 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가장 기대하는 문화공연 순서가 되었네요. 현칠 외 초대가수의 공연은 어르신을 춤추게 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는 등 숨어 있던 흥을 발산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어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엉덩이를 들썩이며 어깨춤만 추는 수줍은 분도 있지요. 직원이 이끌어 함께 추니 스트레스도 풀며 신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잔치는 정점에 이르러 행운권 추첨 시간입니다. 많은 상품을 준비했지만 모든 어르신을 다 드릴 수는 없었어요. 발걸음 해준 지역 어르신에게는 작지만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여 대접해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답니다.
엔딩을 준비합니다. 바로 점심식사 시간입니다. 식사를 마치면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번잡하고 집중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조리팀이 조리한 육개장을 비롯해 수육, 전, 오징어무침회, 샐러드 등과 후식으로 나온 떡, 과일 등은 어르신이 즐겨 드시는 메뉴랍니다. 맛은 물론이고 정갈한 음식은 식욕뿐만 아니라 대접받고 있다는 심리적 포만감이 들기에 충분한 상차림입니다. 식사 중간에, 식사 후에 한마디씩 하시는 말씀에서 만족도를 읽을 수 있었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수많은 행사를 치른 성산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제20회 지역 어르신 초청 행복잔치’가 유난히 빛을 발한 이유는 역대 어느 행사보다 크게 치러진 규모도 그렇지만 주인의식으로 참여한 직원들의 마음가짐 때문이 아닐는지요, 그 밖에도 궂은 일을 자원하여 수행한 퇴직 직원들, 후원을 아끼지 않은 업체들, 어르신들을 모셔 준 시설 등 모두 한 마음으로 참여해 주니 지역축제의 장으로 손색없는 행사가 된 것이라 여깁니다.
철저하게 기획한 업무분장으로 동선이 꼬임 없이 진행되었고 손발이 척척 맞았으며 순간순간 모두 맡은 일에 몰두하니 안전사고 없는 클린 행사가 가능했던 것이지요. 기획부터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런 큰 잔치를 뚝딱 치르는 역량이라니. 성산인이라는 것에 어깨가 절로 올라갑니다.
우연히 지나다가 잔치를 보게 된 행인의 말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잔치를 즐기는 어르신들을 보니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난다며 좋은 일에 동참하겠다고 지갑을 열어 후원을 한 사연입니다. 훈훈한 에피소드는 두고두고 회자될 일입니다.
지금은 “어르신 사랑합니다”라는 새 현수막이 성산복지재단 대문 위에 걸렸습니다. 그 아래에 “어르신의 웃음이 우리의 기쁨“ 이라는 문구가 부제처럼 행인들의 시선을 끌고 있어요. 아가의 미소를 보기 위해 엄마가 온 사랑을 표현하지요. 그저 사랑뿐이니까요. 그처럼 매 순간 어르신의 웃음을 보기 위해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성산인에 이보다 더 잘 맞는 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행복잔치는 잠시 쉬는 중이라 하겠습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할 일이 아직 많기 때문이죠. 지역축제로서 성산복지재단의 행복잔치는 21, 22회를 지나 계속되겠지요. 어르신의 웃음이 우리의 기쁨이 되기 위한 성산인의 노력도 아울러 쉼 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자연의 순환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