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들이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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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5 00:00
입사한지 2년이 지나 모처럼 황영은인 저에게도 어르신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에 당첨이 됐습니다. 워낙 직원들이 많은 터라 어떤 행사에 뽑히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미모가 뛰어난 제가 서울 나들이에 적합한 얼굴이었는지 저와 함께 쪼끔 얼굴 좀 된다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
각설하고 서울이 춥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도톰한 옷으로 예쁘게 차려입으신 어르신들을 안내하여 큰길가에서 대기하고 있는 관광버스에 오르시게 하였습니다. 차안에서 원장님과 우리 모두는 한 마음으로, 여행기간 동안의 안전과 남겨져 있는 어르신과 성산을 위하여 기도 하고 서울로 출발하였지요.
김밥으로 아침을 먹고 성로원표 까만 간식봉지에 담긴 맛있는 간식을 심심풀이용으로 꺼내 먹는 와중에, 벌써 첫 번째 휴게소에 도착했어요. 혹시나 어르신들을 잃어 버릴까봐 걱정이 되어, 직원 한 명당 어르신 두 분씩의 손을 잡고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서너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지금부터, 서울 관광버스 가이드는 남국장님입니다(서울에 오래 살아 길이 훤하답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어르신과 직원들 모두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왼쪽 오른쪽 고개 돌리기 운동하느라 바빴답니다~~ㅎㅎ.
어디가 어딘지 설명할 때뿐, 지금은 아리송하니 생각은 잘 안 나지만….
“저기 왼쪽, 청계천에는 물이 흐르고 있어요. 밤엔 분수대와 불빛이 환상적이며, 낮에는 흐르는 물소리가 답답한 도시를 정겹게 해주고, 돌담마다 우리 역사 그림과 글귀가 쓰여 있어서 역사공부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오른쪽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절(조계종)이 있고요, 그리고 왼쪽엔 명동성당, 옛날에 데모 많이 하던 곳 하면 잘 아시겠지요.”남산공원, 숭례문, 서울역 등등…, 관광버스 가이드님, 굿이었어요(모두 짝~짝~짝).
버스는 서울 시내를 통과하여 청와대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경비를 하고 있는 경찰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길가에 차를 잠깐 세운 후 내려서 많은 사람들과 관광객들도 만나고, 도로가에 예쁘게 물든 단풍나무들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어 대통령이 사시는 청와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안으로는 들어 갈수가 없어서 먼발치에서 청와대를 둘러보고는, 모두 모여 추억의 단체 사진을 찍었지요.
이어 청와대 앞길을 걸어 경복궁으로 갔습니다.
경복궁내의 향원정(「향기가 멀리 퍼져 나간다」라는 뜻)…, 여기서 고종이 명성황후와 여흥을 즐기기도 했다고 하네요. 모두들,“와~”하면서 가슴이 탁 트이고 멋있다며 야단들입니다. 연못 주위의 단풍나무가 곱게 물들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우리는 추억의 사진을 찰칵 찰칵 찍었습니다.
근정전 서북쪽 연못 안에 세워 진“경회루”는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사신이 왔을 때 연회를 베풀던 곳이었다네요. 궁 안의 여기저기 구경을 하자, 어르신들이 다리가 아프시다고 하시어 잠시 쉬면서 대화가 오고 갔지요.
어르신 :“나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네… ㅎ ㅎ”
직원 :“공주님으로 태어나시지요.”
어르신 :“날 여기 내 비리고 가요. 그러면 내가 여기서 살 수 있지요.” 몇 번을 반복하신다.
(어르신 버리고 가면, 난 원에도 못 들어가고 쫓겨나요… ㅠㅠ)
직원 :“다음 세상에서 공주님으로 꼬 ~옥 태어나셔서 궁궐에서 살아보세요…^^”
모두들 하~하~하 웃으며 즐거운 휴식을 취했습니다.
경복궁관람을 끝내고 천천히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도중에, 어르신들이 다리도 아프고 내복에다 겨울옷을 입어 더워 죽겠다고 하시어 겉옷을 벗어 들고는 넘어지실까 봐 양손을 꼭 잡고 소변 점검 후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즐거운 점심시간…
서대문에 있는 50년 전통의 유명한 도가니탕 식당에 도착하니 손님이 많아서 잠깐 밖에서 기다리다가 들어갔습니다.
도가니탕이 맛이 있었던지, 몇몇 어르신들은 밥을 두 공기나 드셨지요.
모두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네요.
점심식사 후 한강유람선 관광을 위하여 여의도로 이동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을 유람선의 객실로 모셔 자리에 앉히고 나니, 유람선이“부~웅”하며 출발.
객실 안에서 한참 바깥 풍광을 즐기고 있을 즈음, 예쁜 여자 마술사가 나와 마술을 하네요. 어르신들은 마술 하나하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며, 신기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63빌딩, 국회의사당, 뚝섬도 보고…. 또한 밤에 유람선을 타면 서울야경이 물위로 반짝이는 불빛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수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점심을 잘 먹어서 그런지 저녁식사는 적당히 먹은 후, 숙소가 있는 용인으로 출발했습니다.
차속에서 어르신들 하시는 말씀이, 내일도 많이 걷는다면 차라리 차안에 있을 것이라고 하시네요.
오늘 많이 걸어 다리가 많이 아프신 가 봅니다.
숙소인 한화리조트에서 어르신들을 방으로 모신 후, 짐정리와 이부자리를 준비해 드렸지요.
한 어르신은 다른 어르신들이 코를 골아 같이 못 잔다고 억지를 부리셔서 거실을 독차지했습니다.
김 어르신이 치매로 자꾸 밖으로 나가시려고 하시는 바람에, 방에도 안전장치가 없고 하여 할 수 없이 직원 한명이 자기 손과 어르신 손을 묶고 잘 수밖에 없었습니다(최춘희쌤, 너무 수고 많았어요. 자유시간도 없이…).
취침점검이 끝나고 직원들끼리 모였습니다. 이제야 우리의 자유시간이 되었지요. 직원들이 오늘 있었던 일과 내일의 일정을 이야기하면서, 가벼운 간식과 담화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자, 지나가던 한 분이 우리를 보고 어떤 할머니가 속옷 바람으로 복도를 배회한다는 소리를 하여, 모두 놀라서 뛰어 나갔습니다.
본관의 신어르신이네요. 더워서 두어 차례 복도를 나 다니셨나 봐요.
어르신께 나오면 안 된다고 알려 드리고 꿈나라로 유도했답니다.
…
둘째 날~, 수원 화성으로 출발~~
아침식사로 배춧국 정식을 먹었는데 정말 시원하고 맛있어서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뚝딱 먹고는 차를 타고 화성행궁에 도착했습니다.
사적 제478호로 1789년(정조13년) 수원 팔달산 동쪽 기슭에 건립되었고,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화성행궁은 역사적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TV드라마(대장금)과 영화(왕의 남자)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라 하네요.
마지막으로 화성열차를 타러 이동하는 길은 오르막이 있어서, 워커와 보조기구를 이용하여 쉬엄쉬엄 올라갔습니다. 잘 못 걸으시는 세 분은 보조기구에 태우고, 두 다리를 양쪽에서 들고, 한명은 밀고 하여 힘들게 매표소 앞까지 올라갔지요.
거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도 즐겼습니다.
잠시 후 화성열차를 타고 우리는 단풍이 예쁘게 수놓은 행궁 주변을 두루두루 구경하였답니다.
아름답고 좋은 추억을 가슴에 담고, 대구로 모두 무사히 귀향…
어르신들은 힘들었지만, 서울구경은 참 잘 했다고 하시네요.
성산복지재단 어르신들, 앞으로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원장님을 비롯하여 모든 직원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