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할머니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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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30 00:00
오늘은 이 풍진 세상에서 한 세대를 신 여성으로 살다 가신 김*도 할머니의 발인이 있었습니다. 자녀들에 의해 장례가 치러진 할머니는 우리에게 많은 본을 보이셨던 분입니다. 특별히 성로원을 너무 사랑하셔서 늘 칭찬하시고 너무 좋은 곳이라고 자랑을 하며 다니셨던 할머니셨습니다.
올해의 연세가 93세이신 할머니는 참으로 곱게 늙으신 예쁘고 단아하셨던 분입니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성로원에 사셨던 할머니의 무궁무진한 뒷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글을 쓰면 한석봉이요 떡을 썰 때는 한석봉어머니요 바느질 솜씨를 보면 이영희한복전문가요 싸움을 하자면 여걸이요 입담을 보자면 아나운서요 얼굴과 태를 보자면 연예인이요 뭐하나 어디에 걸치든 빠지는 데가 없습니다. 아 요즘 신세대 용어로 하자면 엄친아^^(엄마의 친구 아들)입니다. 즉, 엄마들이 뭐든지 잘하는 사람을 빗댈때면 언제나 내 친구 아들 누구는 어떻고 저떻고 하면서 예를 드는 것을 빗댔다고 하네요.^^
할머니는 연세가 93세이신데 당신의 부모님 때부터 예수를 믿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일찍부터 개화된 분이라서 일본 유학을 다녀오고 예전에 공무원 비스무리한 물을 먹었다고 합니다.^^그 옛날 남들은 머리에 쪽지고 한복을 입고 다닐 당시에 할머니는 벌써부터 자전거를 타거나 양장차림으로 양산을 쓰고 뾰족구두를 신고 다니면서 동네를 휩쓸고 다니셨다고 합니다. 언젠가 할머니 말씀을 들으니 자기가 동네에 다니면 동네 아낙네들이 신 여성이 왔다고 하면서 장독대 위에 올라가서 자기를 쳐다볼 정도였다고 회고하며 신나게 이야기 하십니다.
틈만 나면 책을 읽던가 붓글씨를 쓰시는데 우리가 봐도 할머니의 솜씨는 장난이 아닙니다.
한문과 한글에 구애됨이 없이 멋들어지게 쓰십니다. 어떤 전문가가 와서 봐도 혀를 두를 정로로 실력 짱입니다.
재봉틀을 재산목록 1호로 여기시는 할머니의 유품이 인상적입니다. 할머니는 솜씨꾼입니다. 어떤 옷이든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뜯어서 새롭게 리폼을 해서 입으시는데 디자인도 특이하고 독보적입니다. 아마 미리부터 디자인을 배웠다면 앙드레김을 종부리듯하며 엄격하게 가르쳤을 할머니십니다.^^
그럼, 그렇게 좋은 점만 있느냐???
아니올시다. 그 자녀분들도 아시다시피 쫌 승~질~이~. 한마디로 대단하십니다.
하긴 저 같아도 그 정도로 똑똑하고 예쁘고 재주가 많았다면 할머니처럼 카리스마 넘치고 남을 아주 낮게 여기고 깔보고 우습게 알고 무시하고 남들이 좌(左)할 때 우(右)하고.... 등등 여러 가지 성격이 많이 나왔을 겁니다.
장단점 없는 사람이 없듯이 단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김할머니같이만 늙어도 세상 참 잘 살았다고 할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젊은 저희 직원들에게 여러 가지 귀감이 되는 부분이 많던 깨끗하고 부지런하고 재주 많고 여성스럽던 할머니였습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셨던 할머니가 오랜 병상 생활 끝에 93세의 연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을 때 저희도 많이 섭섭했습니다. 늘 새 건물 지어지면 그 곳에서 살꺼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는데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신 게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나 사람이 지은 집이 아닌 하나님이 지으신 그 아름다운 천국에서 믿음의 선진들도 만나고 영원히 예수님과 동행하실 할머니를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할머니 그곳에서 아주 아주 행복하게 지내시다가 나중에 우리가 다시 만날 때 즐거움과 기쁨으로 만나기를 기도할께요.
할머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