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손으로 행복을 빚은 현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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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진 손으로 행복을 빚은 현장 이야기

성산홍보실 0 4773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우리의 일상을 찾아와도 따뜻한 마음으로 12월을 맞이하고자 성산의 식구들은 일년을 준비하였습니다. 이번 첫해 작품전시회는 어르신들의 노력이 한땀한땀 보태어지고 직원들의 재능과 수고를 엿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시설어르신과 지역어르신이 친구가 되어 서로 어우러지며 노년의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어서 더욱 흐뭇했습니다. 작품전시회의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딩동댕동 ~~~~ “직원들은 작품을 가지고 휴게실로 모여주세요-” 성로원의 방송이 울려퍼지자 곳곳에서 프로그램 선생님들은 창고, 수납장 등을 요리조리 살피며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휴게실로 가지각색의 작품들이 파도처럼 차례차례 밀려온다. ‘종이를 감아 만든 액자, 물감과 색연필로 멋지게 그린 그림, 화선지에 웅장한 멋을 자랑하는 서예작품, 이쁜 색깔의 칼라믹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소품들, 손바느질로 정성들여 만든 소녀, 할머니, 동물인형에다,, 주름지로 촘촘히 만든 종이 민들레와 국화, 장미까지..... 일년동안 이렇게 많은 작품을 만들었었나 싶을 만큼 그야말로 창고에 숨어있던 녀석들이 조금씩 빛을 발하기 위해 나타났다. 작품이 부서지기라도 할까 싶어 조심스레 운반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마치 잠자는 아기가 깰까봐 조심스레 품에 안은 엄마의 모습을 닮았다. 처음 마련하는 전시회라 그런지 작품을 어떻게 진열해야 하는가를 두고서 각자의 입싸움이 벌어진다. 탁자에 흰천을 깔것인가, 색깔있는 부직포를 덮을 것인가,, 각반의 작품 위치는 어디가 가장 좋을까,, 등등의 결정들,,, 조금씩 전시장의 모습은 갖추어져가고 자신의 반을 가장 멋지게 꾸미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다. 점심때쯤 도착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작품을 세울 탁자를 운반하고 행사 사진 작업 및 명찰을 만드는 작업,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투입이 된다. 모든 직원과 봉사자가 정신없이 전시회장 마련을 위해 분주하다. 어린시절 미술점수를 가늠할 수 있는 그림그리기 작업에 서로의 눈을 의식한 탓으로 초긴장을 하면서도,,, 제법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인정받으면 어깨에 힘주는 사람들,, 쓸만한 아이디어도 줄줄이 등장하고,, 이것이 바로 살아있는 산교육이 아닌가?^^ 마당에서는 행사장의 천막이 세워지고 천막 아래로 크리스마스 소품이 걸리며 한껏 멋을 낸다. 겨울 찬바람 속에서도,,, 어두워져 오는 하늘 아래서도 어르신들의 솜씨를 빛내기 위해 직원들은 이미 퇴근시간을 넘어서게 되고,,, 야간작업을 위해 탕수육, 양장피, 짜장면, 만두 등으로 즐거운 입담과 함께 그들의 식욕은 멈추지 않는다. 양장피의 독특한 겨자향으로 여러 직원들이 매운 맛을 톡특히 보며 코를 막으면서까지도 순식간에 식당안 숨겨둔 밥까지 몰래 가져나와 한 솥 비빔밥으로 뚝딱 해치워 버리는 솜씨를 보라. 엄청난 식솔들이다. 저녁식사 이후 더더욱 속도를 가하여 휴게실은 그새 미술작품 공간으로 가득히 꾸며지고 있었다. 전시회 아침!! 미처 챙기지 못한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다시금 꼼꼼히 상태를 점검해본다. 몇시간 이후 손님 맞이할 준비로 반별 작품공간은 작품이 놓여지는 각도까지 신경을 쓰며 꾸며진다. 손님들에게 따뜻한 반가움과 함께 제공될 수정과도 마련되고 우리 시설어르신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옷매무새를 만져본다. 전시장 내에는 클래식 음악이 울려퍼지고,,,, 조금씩 인근지역의 방문객들이 등장한다. 애기를 업은 엄마, 손자와 함께 온 할머니, 지역 동네주민, 우리 시설 어르신의 보호자, 타시설의 직원들, 어르신들의 친구분과 교회 교인들이 꽃을 준비하여 나타나고,,, 보육시설 어린이들과 선생님들까지,, 일년간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해주신 강사 선생님도 눈에 보이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휠체어 산책을 겸하여 휴게실로 직원과 함께 동행하며 구경한다. 작품을 보시며 “ 이거 정말 어르신들이 만든 솜씨인가요?” 라는 질문을 던질 만큼 의아심을 보이는 사건도 일어나 사진으로 일일이 증명해 보이며 어르신들의 재능을 뽐내어본다. 구경중이던 어르신들도 자신이 일년중에 열심히 참여한 소품들을 보면서 흐뭇해하시며 때로는 자신의 작품 이름이 바뀌어졌거나 사진이 없는데 대해 몹시 서운해 하시는 모습도 보였다. 이만하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지 않은가? 심지어 지역어르신이 우리 시설에서 그동안 열심히 배우며 만든 인형을 아들앞에서 자랑하시며 비디오 촬영까지 할 정도였으니... 전시장 곳곳에서 담당지도 선생님과 노인 학생들끼리 기념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졸업식마냥 다들 감회가 새로워보인다. 전시회 이튿날,,, 아침부터 내린 비는 행사장의 마당에 놓인 작품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서예, 한글, 건강교실 등의 작품이 비에 젖을까 싶어 방수작업이 시작되고 행여나 구경객들의 발길이 멈출까 싶어 대문을 향해 수없이 눈길을 보낸다. 특히 공연 발표회 행사 일정까지 잡힌 터라 더더욱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열정은 우리가 걱정한 것이 부끄러우리만큼 공연 행사장을 가득 메워 주셨고 가요, 민요, 챠밍댄스, 하모니카 연주, 성구암송, 수화공연에 이르기까지 한사람 한사람마다 성심 성의껏 준비한 솜씨를 발표해 주셨다. 그 어떤 방문공연 보다도 뜻깊은 어르신들의 공연 속에 우리 담당 선생님들의 웃음과 땀을 발견하였고,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어르신들이 이처럼 흐뭇해하시며 자신의 끼를 드러내는 모습을 보며 젊은 날의 시간과 열정에 소홀했던 반성을 해본다. 수없이 중간중간 부딪혀 온 힘든 순간도 오늘의 작품 전시회를 통해 눈녹듯 사라져 버리고 공연중 실수도 서로 격려하며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그새 친해져버린 시설어르신들과 지역어르신의 하나됨을 증명해 보인다. 간만에 오신 보호자분들도 어르신들의 활기찬 모습에 놀라워하며 그네들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 보았을 것이다. 발표회후 뷔페음식을 차려 드시며 즐겁게 담소 나누시며 오늘의 발표회는 막을 내린다. 그동안 매일같이 고생한 프로그램 지도 선생님들, 너무 수고하셨고 선생님들의 작은 수고가 모여 어르신들에게 더 없이 큰 기쁨을 주었다는 사실을 이번 행사를 통해 경험해본다. 주름진 손으로 행복을 빚는다는 것,,, 그리 쉬운일도 아니지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들이 행복을 빚어가는데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해주며 이끌어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 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하며 12월의 작품 전시회장의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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