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伏) 더위가 몰려 온다.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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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14 00:00
장마가 끝이 안나서 가느다란 빗줄기가 오락가락합니다.
비는 오락가락해도 뜨거운 더위를 한풀 꺽어줘서 고맙기까지 합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더워서인지는 몰라도 박분출할머니의 기억력도 왔다 갔다 합니다.
하루에 다섯번도 넘게 "여기 간호실이 어딘교?"하며 사무실로 물으러 오기를 여러번! 번번히 가리켜드리고 나면 또 다시 "간호실이 어딘교"를 반복하는 할머니가 요즘 우리들의 관심을 부쩍 끌고 있답니다.
기억력이 없고 방향감각을 잃어서 문 밖에만 나가셨다 하면 집을 못찾아서 온 직원들이 찾으러 나선 일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밖에 볼일도 꼭 화장품을 사러간다거나 이쁜 옷을 사러간다고 나가셨다가는 동네만 뱅뱅돌다가 결국은 집을 못찾고 동네사람들이 양로원에 계신다고 하길래 모시고 왔다고 하거나 아니면 우리 직원들이 찾으러 나서서 할머니를 모시고 온 적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외출은 못하시는데 요즘은 그 대신에 간호실에 가서 약 받아 먹는 재미에 쏙 빠지신 모양입니다. 어디가 특별히 아프지도 않은데도 꼭 특별 영양주사를 놔달라고 우리 간호사들을 쫓아다니니 간호사들도 괴로워서 죽습니다.
아~식사 잘하시겠다, 어디 특별히 편찮은데가 없는데 허구헌날 무슨 약을 드린단 말입니까?
그래서 궁리한 것이 아침마다 영양제인 원기소를 한알씩 챙겨드리니 그 만병통치 약만 드시면 아픈데가 다 낫다고 좋아서 벙글벙글 거리며 방으로 올라가십니다. 그러나 웬걸~ 조금 있다가 또 와서 오늘 약 안먹었다고 사무실에 오셔서 "간호실이 어딘교?"하면서 또 아장아장 걸어오십니다.
웃음도 나오고 걱정도 되서 간호실로 모시고 가면서 묻습니다.
"할머니 정말로 간호실을 모르세요. 조금 전에도 가르켜드렸잖아요?"
하고 물으면 정색을 하며 "모르니깐 묻지? 알면 뭐하러 물을까봐?"(????)
어떨때는 우리도 헷갈립니다. 저 정도의 말씀을 하시는 걸 보면 정말로 간호실을 몰라서 하루에 다섯번도 넘게 물으러 오시는게 맞나????^^
더위에 지치니까 치매끼가 있는 분들이 정서적으로 심리적으로 조금 더 불안해 하시고 기억력도 더 없어져서 배회를 하거나 안절부절하며 시간의 혼돈과 섬망증상도 심해지며 이상행동을 많이 하십니다.
젊은 우리들도 더위로 인해 지치기 쉬운 날씨에 몸이 편찮으신 어르신들이 이 여름을 지내기란 참으로 힘이 듭니다.
마침 내일모레 초복(初伏)에는 이 여름을 잘 나기 위해서 몸 보신도 할겸 맛있는 삼계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추에 인삼을 넣고 찹쌀과 함께 영계를 푹 고아서 드릴려고 합니다. 이 보신용 삼계탕을 잡수시고 우리 어르신들이나 직원들 그리고 11명의 실습생들이 이 무더위를 잘 이겨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