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피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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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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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홍보실 0 7996
분명 기상이변이 맞겠죠? 장마가 끝났는데도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장마때 보다 더한 비구경을 원없이 하게 하더니 처서가 지나 여름 끝자락 인데도 폭염에다 열대야에다..더위는 사그라들줄 모르고 있습니다. 여름은 여름답고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지만 이번 여름은 아무래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과유불급 이라는 말이 있지요.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 보다 못하니 적당하라는 의미로 쓰이는 데 성로원엔 나이를 잊어 버리고 영원히 소년에 머물기를 원하는 할아버지가 한 분 계셔서 대략난감 이랍니다. 자원봉사자들이나 실습생 그리고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껌을 하나씩 주는 바람에 얻게 된 닉네임, 껌 할아버지가 오늘의 주인공 이십니다. 처음에 이곳 성로원에 입소할 때만 해도 훤칠한 키에다 양복에다 바바리까지 근사하게 차려입고 머플러를 멋있게 걸치고 마당을 휘휘~지나 다니니 새로 입소한 할아버지가 아니고 외부에서 방분한 아저씨 정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성로원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껌을 하나 쥐어 주고 휙~사라지고 퇴근 길에 직원들을 만나면 억지로 손목을 잡고 빵가게로 끌고 들어가 롤케익을 사서 안겨주고 부리나케 도망가고, 직원들에게 갈비 사줄테니 저녁 먹으러 가자고 억지를 부리고..마치 성로원의 키다리 아저씨가 된 것처럼 행동을 합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실체가 밝혀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 불한당처럼 살다가 입소하기 전에 아주 조금 모아둔 돈으로 그렇게 돈을 물쓰듯이 한 거죠. 물론 돈은 금새 바닥이 났구요.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예전에 건달생활을 하면서 죄를 너무 많이 지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껌을 사서 돌린다고 하는데 문제는 할아버지 앞으로 모아 둔 돈이 한푼도 없으면서 돈이 떨어지면 돈을 빌려서까지 껌을 사서 돌린다는 데 있죠. 그뿐입니까? 할아버지의 경제관념이 장난이 아닙니다. 슈퍼마겟에 물건을 사러 가면 거스름 돈을 받기가 챙피하다네요. 그까이꺼 몇 푼, 팁으로 주어 버립니다. 버스는 폼이 안나서 택시를 타야만 볼 일을 볼 수 있답니다. 시장표 옷은 시시해서 대형마트에서 산 옷 아니면 못 입고, 만원 짜리 시계는 못미더워서 외상을 하더라도 시계방에 가서 십만원 짜리는 차야 한답니다. 나에게 잘 보이기만 해봐~ 땡빚을 내서라도 선물을 안겨 주는...그야말로 대책없는 스~딸(style)입니다. <할아버지! 자꾸 형편도 안되면서 다른 사람에게 다 퍼주지 마시고 미래를 생각해서 저축 좀 하세요..네?> 이런 직원들의 염려에 할아버지, 한마디로 일침을 가하죠. <난 살아왔던 가닥이 있어서 안 쓰고는 못살어~ 만약 뭐 돈이 없어서 해결 안되는 일이 있다면 콱~하고 죽어버리면 되지?> 뜨악! 할말이 없습니다~~!$%^&*&^=8765!@ 그런데 이 할아버지가 경제관념에만 대책없다면 그나마 다행일텐데 왜 할아버지에게 사랑의 삘(feel)이 꽂히는 사람은 할머니가 아니라 꼭 여직원들일까요? 할아버지 나름대로는 무척이나 정당한 논리입니다. <그냥 손녀같이 귀여워서..딴 마음은 죽어도 없다구~ 그러면 내가 천벌 받아 마땅하지~~> 하지만 손녀에게 베푸는 친절치고는 너무나 과한 것이 많습니다. 손녀딸만 마주하면 풋사랑을 하는 소년 같이 얼굴에 홍조를 띄고 부끄러워 눈을 못 마주치고,생일날 장미꽃 선물해주고, 손녀딸 남자친구 옷까지 선물로 해주고, 손녀딸이 휴무로 출근 하지 않는 날이면 전화를 해서 안부를 확인해야만 마음이 놓이고, 일방적으로 약속 잡아놓고선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홀연히 사라지고.. 다소 지나친 사랑을 받아 속앓이를 하던 여직원은 부담이 된다며 제발 그렇게 하지 말라고 얼래도 달래고 협박까지 해보았지만 도무지 커뮤니케이션이 되지를 않습니다. 이에, 격분해서 다른 직원이 중재해보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좋은 마음으로 그러시는 거지만 받아 들이는 사람은 부담스러우니까 제발 직원에게 그러시지 말고 이곳에 계신 할머니들 좀 사귀어 보세요. 네?> 그랬더니 할어버지 하시는 말씀,<에구, 할망구는 징그러워~~> 허걱 ^^;; 할아버지 방에 걸린 거울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방에 걸린 거울로 비추어 지는 할아버지 모습은 마냥 소년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틀림 없습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지조가 있으면 말을 안합니다. 사태를 중재를 하던 여직원에게 어느새 사랑의 마음이 훌쩍 옮겨간 것입니다. 이번에도 명목은 그럴듯 합니다.<그냥 딸 같아서...> 그런데 딸에게 보내는 편지 치고는 너무나 수상한 냄새를 풍깁니다. <나의 태양, 나의 오드리햅번, 사랑하는 OOO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잘해 주시는데 저는 선생님께 아무것도 해드릴수 없는 이 답답한 마음을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이하 생략--- > 누가 뜯어 말려도 안되고 협박해도 안되고...클라이언트에게 이러면 안되지만 그 직원은 할아버지를 보면 아는 체도 안하고 지내는 수 밖에 없었죠. 조금이라도 말을 받아주면 <가만히 있는 사람, 선생님이 쥐어 흔들었잖아~~>이런 오해를 하니까요. 그랬더니 이 할아버지, 노심초사..명절날 생일날..어떻게든 무슨 방법이든 동원해서라도 그 직원에게 선물을 보내야 하는데..오직 그것만 생각합니다.. 선물을 한보따리 사서 다른 할아버지에게 맡기기도 하고 학생들을 시켜서 보내기도 하고...급기야 얼마전엔 그 여직원의 생일날..케익가게에 부탁해서 익명으로 케익을 배달시키는 고도의 전략까지 썼답니다. 결국 들켜서 그 케익은 다시 할아버지에게로 돌아갔지만, 가슴속에 열정이 펄펄 끓어서 늘상 그런 것만 연구하니 마음은 쉬 늙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달 내내 그 여직원 출근시간에 맞춰서 대문앞에서 기다리던 즐거움까지 이제는 그 여직원의 항의로 금지 당해 요즘은 잠잠한데...또 어떤 방법의 이벤트를 연구하고 있을 지 예측불허입니다.. 겉모습은 분명 할아버지가 맞는데 마음은 십대 소년 같은 이 피터팬 할아버지..누가 좀 제발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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