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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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할머니

성산홍보실 0 7724
날씨가 참으로 덥습니다. 날씨도 더운데 습도까지 높아져서 불쾌지수가 높아지니 짜증나기 쉬운 계절인데 서로 웃을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날씨는 더운데 신관 1층을 지나갈라 치면 우리 터줏대감 강할머니가 어김없이 겨울 옷을 입고 불룩한 주머니를 하고 자기의 고정 자리소파에 앉아계십니다. "오는교?" "가는교?" "밥 먹었는교?" 누구에게나 물은 거 또 물어보고 인사하고 대답듣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따듯하고 정많은 질문이 언제나 이어집니다. 참으로 인자하시구나. 참으로 다정하시구나. 참으로 물은 거 또 물어보고 질문사항이 단조롭구나. 참으로 변함없이 계절에 안맞는 옷을 입고 계시구나. 참으로 주머니마다 불룩 불룩하니 뭔가를 잔뜩 집어 넣고 계시구나. 참으로 어제와 오늘 모습이 똑같구나. 뭐~~이런 생각을 하다 문득 다시보니 오늘도 주머니마다 불룩불룩 뭐가 잔뜩 채워져 있습니다. 바지 주머니며 두꺼운 조끼며 계절에 맞지 않게 입은 옷도 마땅치가 않은데 주머니마다 가득 채워져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할머니 그 주머니에 공같이 불룩한데 그게 뭐예요?” “아 이거 휴지다.” “휴지를 왜 주머니에다가 그렇게 잔뜩 집어 넣으셨어요?” “응, 그냥~~~”(모른 척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린다) 옆에서 마침 우리의 대화를 듣던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숨을 쉬며 말을 쏟아 놓습니다. “아이고 우리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요. 옷을 아무리 갈아 입혀드릴려고 해도 난리 난리가 나고요‘” “화장실만 들어가셨다 하면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 전부 뜯어다가는 주머니마다 채우시구요” “아무리 그렇게 하시지 말라고 말려도 보고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해봐도 이 버릇은 절대로 안고쳐지세요.” 그랬습니다. 우리의 강할머니는 휴지에 살고 휴지에 죽는 휴지에 대한 미련이 너무 많은 휴지할머니였던 것이었습니다. 언제나 인자한 웃음으로 많은 사람에게 정을 나누다가도 휴지 문제에 직면하면 화를 내시고 집어 던지고 성질을 있는대로 부려서 직원들이 곤란을 겪게 됩니다. 혹시 직원들이 할머니 주머니에 있는 휴지를 뺏어서 버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식사도 거부하시고 불안증세를 보이는 것입니다. 왜? 왜? 왜? 우리 강할머니는 다른 것도 아닌 두루마리 휴지에 그렇게 목숨을 걸고 정신을 집중하는 것일까요? 할머니는 휴지를 주머니에 넣고 사용하지는 않는 답니다. 언제나 주머니마다 휴지를 꾸겨넣어서는 남산만하게 부풀린 휴지주머니를 자랑삼아 넣고 다니시면서 주머니에 휴지가 조금이라도 숨이 죽어서 적어진 듯 하면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서 휴지를 뜯어서 다시 불룩하게 하고 다녀야만 안심을 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겁니다. 아~아~ 이게 웬 93세의 할머니에게 생긴 무슨 이상한 습관이란 말입니까? 이해 할 수도 없고 고칠 수도 없는 이 할머니의 괴상한 습관은 어떻게 해야 고쳐질까요? 화장지의 낭비가 너무 큽니다. 간혹 세탁물 검수중에 잘못 검수했을 때는 모든 빨래에 하얀 휴지가 붙어 있어서 빨래비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할머니의 기분을 위해서는 그대로 둬야 하겠지만 화장지의 낭비가 심하고 미관상으로 보기가 싫어서 할머니가 대리 만족할 만한 다른 것을 주머니에 넣어드리자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아 뭐가 좋을까요? 화장지를 대체할 그 무엇이 필요한데 그것이 뭐가 좋을까요???? 이 여름에 고민할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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