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 꽈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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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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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스 꽈 스토리.

성산홍보실 0 8042
줄장미가 한창인 오월입니다. 정말 시절은 호시절이라 덥지도 차지도 않은 바람과 연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나뭇잎의 하늘거림이 너무나 좋은 계절입니다. 오수(午睡)을 막 끝낸 어르신을 모시고 성로원 바로 앞 공원에서 휠체어 산책을 하기엔 그야말로 딱~인 계절이기도 하죠. 오늘은 우리 성로원에서 너무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미세스 꽈>, 박여사님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두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아픔이 있긴 하지만 비교적 잘 나가는 딸과 사위를 둔 덕분에 다른 어르신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용돈도 풍족해서 돈걱정 없고 딸이 미국에 있어 비행기를 일곱번이나 타본 비교적 호사스러운 이력을 가졌는데도 꽈여사님은 어찌나 심사가 꼬였는지요. 꽈배기처럼 매사를 뒤트는 재주가 보통은 아닌 분입니다. 어르신의 주장에 의하면 전신이 쑤시고 아파서 만사 귀찮고 지금이라도 옆에 농약이 있으면 마시고 딱 죽었으면 원도 한도 없겠다는 말씀을 입에 달고 사시는 분입니다. 한번은 물리치료실에서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가 꽈여사님께 인사로 말씀 드렸습니다.<아이고~할머니는 얼굴빛이 어찌 이리 고바예?(고와요?) 꼭 색시 같심더> 좋은 뜻으로 인사를 나눈 그 할머니가 물리치료실 문을 나서자 말자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내 참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온다. 사람을 등신 취급해도 유분수지..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이리 아파서 겉거죽만 멀쩡하지 다 죽어가는 사람보고 고운게 다 뭐꼬? 그게 할 소리가? 아이고 참..사람을 우째 보고 저런 이야기를 비싼 밥 쳐먹고 하노? 눈을 감고 다니나? 눈을 뜨고 다니나? 내가 등신 같다고 이제 대놓고 놀리네> 그 이후 할머니에 대한 꽈여사님의 욕은 한시간 가량 계속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오는 신경통은 어쩔 도리가 없는데도 꽈여사님이 간호사를 졸라서 신경외과로 진료를 갔습니다. 신경외과 과장님께서 <어르신~이 병은 연세가 드셔서 그런 거니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약 드시고 물리치료나 부지런히 받으세요> 병원진료 마치고 와서 또 한탄을 시작합니다.< 내가 가마~~이(가만히) 보이(보니)의사도 별 수 없네... 성로원에서 온 할마씨라고 옳게 보지도 않고 대충 대충 끝내뿌고...요즘 같이 의학이 발달한 세상에 못 고치는 병이 어디 있노? 성로원에서 왔다카이 사람 무시하는 기지 그게 뭐꼬? 안 고쳐 줄라 카면 우리 같이 늙은이는 차라리 총으로 빵~ 쏴 죽이라는 법을 만들던가 아니면 약 먹이가(먹여서) 모조리 다 죽이던가..해야지..이게 도대체 뭐꼬? 어휴~~늙어서 죽도(죽지도) 안하고 이제까지 살다 보이 세상에 별 꼬라지 다 본데이~~> 퀴즈 프로그램 시간이었습니다. 인상을 있는대로 구겨서 한쪽 구석에 앉은 꽈여사님, 프로그램 시작도 하기 전에 진행자에게 선포를 합니다.<선상님요..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자무식 이니까 나는 그냥 없는 사람 취급 좀 해 주이소. 그냥 보리 한 자루 꿔다 놨다 생각하고 프로그램 하면 됩니데이. 그래(그렇게) 취급해도 난 암 소리 안합니더! 난 등신이라서 아무것도 몰라예~> 이말을 순진하게 믿고 정말 없는사람 취급했다면 또 이렇게 말씀 했겠죠? <내가 등신이라 카이 진짜 등신 취급하네..우째 하나 같이 사람을 저래 우습게 보노?> 이제는 그 뒤틀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직원들, 될 수 있으면 꽈여사님께 뒷탈 나는 말은 삼가하려고 노력을 한답니다. 그런데 잊어 버리고 아직도 가끔은 실수 하기도 하죠..< 어? 어르신~ 파마하셨네요..너무 이쁘세요> <와예..그카믄 파마하기 전에는 보도(보기도) 못했심니꺼? 어지간히도 내가 구신(귀신) 같았는갑지예?~~> 뜨악!!!@~#$%^&* 금방 이 자리에서 꼬꾸라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꽈여사님, 건너편에 사는 어떤 할머니가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병세가 좋아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또 간호실에 와서 대학병원 가자고 조릅니다.<어르신! 신경통은 대학병원 가도 다 똑같거든요? X-ray 찍고 뭘 찍어도 나오지도 않고 어쩔 도리가 없어요> <예~~알겠심더! 여기도 사람 봐가며 병원 델고 가지예? 병원 안 델고 갈라하믄 우리 같이 늙은이들 한데 끌어모아서 묻어 뿌지(버리지) 말로(뭐하러) 이렇게 살려서 밥주고 옷주고 합니꺼? 사람 우사(웃음거리) 시키는 것도 아이고(아니고)...> 또~뜨악!!!@#$%$3^%&$ 이런 여사님이 방 파트너에 대한 불만이 없을리가 없습니다. 이제까지 세번 바뀌었는데 온갖 트집을 잡아 달달 뽂습니다. 그런데도 늘 피해자는 여사님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새로운 방 파트너가 결정되고 나서 한숨을 땅이 꺼져라 쉬면서 말씀하십니다.< 누가 그캅니더! 할머니는 운이 참~~나쁩니더! 진짜로 운이 어찌 우리 없는공~~지난 번엔 맨날 문 앞에 딱 버티고 앉아 성경책만 읽는 고약한 할마씨를 넣어 주더니만 이제는 청승맞은 할마씨를 넣어 줘서 참~ 어지간히도 청승 맞게 생겼심더! 휴~~기가 딱 막혀 말이 안나옵니더> 그렇게 철저하게 꼬인 여사님이 미국에서 전화만 왔다하면, 너무나 큰 소리로 통화내용을 공개합니다.< 아이고~ 우리 순옥이가? 나는 아무 걱정 없다. 여기서 먹을 거 주제(주지)~ 입을 거 주제(주지~) 아프면 병원 델고 가제(가지) 뭐가 걱정 있겠노? 비가 와서 걱정이가? 눈이 와서 걱정이가? 걱정 딱 붙들어 매고 느그나 행복하게 잘 살아라..신경통이 좀 있긴 한데 이거는 나이가 들어서 못 고친단다..이렇게 살다 죽어야지 우째겠노?..우리 딸 위해서 내가 하나님께 매일 기도 한데이....우리 딸~~엄마가 알 라뷰다..잉?> 아..꽈여사님!! 꼬인 맘 푸시고 딸에게 날리는 멘트처럼만 감사하는 마음을 진짜로 지니고 사신다면 정말 저희 직원들도 정말 정말 알~라뷰 할텐데요^^ 성산가족 여러분!! 행복한 봄 보내세요..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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