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에게도 안가르쳐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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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에게도 안가르쳐주지.

성산홍보실 0 6142
김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엄청난 물가 폭등으로 특히나 배추파동을 겪은 올해 우리 원에서도 비싼 김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대식구가 한 겨울을 날수 있는 겨우살이 음식중 으뜸인 김장은 우리에게 가장 큰 겨울음식입니다. 어르신들 말씀중에 방뜨시고 쌀과 김장 많이 해놓으면 한 겨울 나는게 걱정이 없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정말입니다. 식구 많은 집은 김장독 가득 채워놓으면 걱정이 없는 것입니다. 작년부터 저희 시설도 김장의 양을 참으로 많이 늘렸습니다. 김치 저장고를 미리 만들어 놓고 2000포기의 배추를 김장을 해서 김칫독을 채워놓았는데 한겨울 내내 싱싱한 겨울 김장 김치를 먹는 성산의 식구들은 늘 감탄을 합니다. “아유 맛있다.” “싱싱하다.” “김치냉장고에서 꺼낸 김치보다 더 깊은 맛이 나고 먹음직스럽다.” 그 덕분에 올 가을에 그렇게 김치파동으로 남들은 아우성을 칠 때 저희들은 김치 걱정없이 맛있고 깊은 맛이 나는 김장김치를 걱정없이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배추를 씻는 단계부터 시끌벅적합니다. 사공이 많으니 배가 산으로 갈 꺼 같지만 그래도 성산의 김치를 10여년간 해본 배테랑들이 많은지라 각각 분업이 잘 됩니다. 초짜들은 배추를 다듬는 작업부터 배웁니다. 어느정도 경륜이 붙은 사람들은 배추절이는 자리로 배정을 받습니다. 소금을 한속에 한웅큼 쥐고 양쪽으로 쫙쫙 뿌려대는 그 포스가 안동 간고등어 소금 뿌리는 아저씨에게 전수받은 표정으로 느껴집니다. 엄청난 양의 배추를 절이는 동안 얼굴이고 눈이고 굵은 소금으로 절여지는 통에 얼굴 큰 사람은 얼굴 작게 해주는 미용 비법까지 전수가 됩니다. 하룻 밤을 묵힌 배추는 절여진 배추로 거듭납니다. 어 그런데 이상합니다. 마당 한쪽에 천막이 쳐져있고 그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힐끗 쳐다보는 가운데 뭔가 여러 가지 양념들이 들어가는데 관계자외에 출입금지라고 써있지는 않아도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 합니다. 영양사와 조리사등 몇 명만 들락날락 하면서 못들어가게 하는 걸 보니 아하 그곳은 바로 며느리에게도 안가르쳐준다는 그 유명한 성로원의 김치가 만들어지는 곳이었습니다. 양념 비법을 물어봐도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곳, 갖은 팔도의 젓갈냄새가 입맛을 당기게 하는 그 곳이 궁금해 죽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출입금지!!! 이제 절인 배추에 어제 만들어 놓았던 양념이 발라지기 시작을 합니다. 자원봉사자 한 명도 없이 우리 직원들끼리만 해도 워낙 직원숫자가 많은 지라 소라도 한 마리 잡으라면 금방 잡을 것 같습니다. 히히낙낙 거리며 각자 자기네 집 김장 비법을 토해내기에 바쁩니다. 입도 바쁘고 손도 바쁘게 움직입니다. 배추김치와 알타리김치 그리고 파김치와 갓김치 뭐니뭐니 해도 할머니들이 가장 좋아하시는 백김치도 담갔습니다. 한쪽에서는 김치담그기에 열중하고 주방에서는 돼지고기를 삶는 냄새가 솔솔나더니 김이 무럭무럭 나는 돼지고기 수육이 드디어 등장을 합니다. 삶은 돼지고기와 싱싱한 굴과 갓 담근 김치로 새로운 삼합을 선보입니다. 정말 맛이 있습니다. 너도 나도 꿀맛같이 먹던 사람들의 입 주위에 빨간 고춧가루가 묻어 웃음보가 터집니다. 김치 담던 날에 만들어서 먹던 성산의 삼합을 꿈에도 못잊을 것 같습니다. 일은 힘들어도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여럿이서 힘을 합쳐 만들었던 김장김치를 먹을 때마다 그 비밀스런 천막안에 숨겨졌던 양념 비법을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이여! 그 시크릿 김치에 대해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마세요. 그 비법은 며느리에게도 안가르쳐주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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