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비하인드 스토리
하나/ 이경*할머니는 대장이었습니다. 언제나 자기 방에 같이 사는 사람들을 자기 마음내키는 대로 시키고 자기가 대장질을 하고 남들을 업수이 여기고 말랑말랑하게 보던 분입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장구히 대장노릇만 하던 할머니에게 딱허니 맞장을 뜰 수 있는 성깔 좀 있는 할머니가 들어온 것입니다. 두 명이 사시는 방에 정원*할머니가 이사를 오게 됩니다. 할머니는 초장부터 정할머니 버릇을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문은 살살 닫아라” “깨끗이 씻고 들어오너라” “냉장고는 요기만 네가 써라” “낮에는 누워있지 말아라” “텔레비전은 뉴스만 보고 꺼라”등등 요구사항이 많았습니다. 어~라 그런데 이상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정도만 얘기하면 다들 더러워서 듣던지 치사해서 듣던지 일단은 이경*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다들 순종을 했는데 이게 웬걸 오던 날부터 “네가 뭔데 나를 가르치냐” “너나 잘해라” “나는 연속극은 꼭 보고 잔다” 어~허 반응이 영 이상한 겁니다. 그 때 이경* 할머니가 접었어야 했습니다. 그 때 이경* 할머니가 정원*할머니를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장기집권을 꾀하고 싶었어도 사람을 보고 했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대장노릇에 길들여진 이할머니는 여전히 정할머니의 실체를 모르고 자꾸만 지시를 하고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이경*할머니의 대장노릇은 정할머니가 들어온 지 딱 7일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정할머니는 언제나 문을 꽝꽝 닫고 냉장고도 자기가 다 차지하고 이할머니는 제일 좁은 칸 하나만 지정해 줬으며 시간나는 대로 누워있었으며 연속극은 잘 때까지 보게 되었으며 정할머니가 방에 있는 시간에는 이경*할머니는 밖에 서성대며 방에 들어가지를 않는 모습을 우리 눈에 덜컥 보여주기 시작을 한 것입니다. 아~아 전세가 역전이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정원*할머니는 쎈 분이었습니다. 언제나 뭔가를 잃어버렸다고 이할머니를 닦달을 하고 욕을 여러 가지 방언을 섞어가며 해대기를 쉴 새 없이 했으며 동네방네 다니면서 이경*할머니의 흉을 있는 것 없는 것 들춰내면서 동네방송을 끊임없이 하기 시작을 했던 겁니다. 가끔가다 이경*할머니의 울음섞인 소리도 들립니다. “어디서 굴러먹다 왜 우리 방으로 쳐 들어와서 내 속을 저렇게 썩이는 웬수가 나한테 왔는고!!!!”이런 넋두리를 해대는 이경*할머니는 이제 대장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두울/ 시각장애인 이기*할아버지와 우리 시설에서 키가 제일 큰 이순*할아버지는 콤비입니다. 안맞을 듯 안 맞을 듯 하면서 찰떡 궁합을 자랑하는 할아버지들은 나름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이순* 할아버지는 귀가 잘 안들립니다. 이기* 할아버지는 눈이 전혀 안보입니다. 아침마다 예배시간에 이순*할아버지가 이기*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길 안내를 합니다. 앉을 때도 두 분이서 꼭 붙어 앉습니다. 이기*할아버지는 귀가 잘 안들리는 이순* 할아버지를 위해서 말을 옮겨주며 통역을 해줍니다. 예배 인도를 하는 사람의 소리를 그대로 들었다가 가르쳐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예배 후에 이순*할아버지는 앞이 안 보이는 이기* 할아버지를 안내해서 커피자판기에 데려다 앉혀주고 방에 모셔다 드리고 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의 어르신들입니다. 이 두 분 처럼만 산다면 더 이상 성로원내에서 갈등은 사라지고 화합과 사랑만이 넘치는 꿈의 시설이 될 것 같습니다.
세엣/ 윤할머니는 연세가 86세입니다. 몸이 편찮으셔서 우리 요양원에 오셨습니다. 흥이 많으신 할머니는 음악만 나오면 덩실덩실 춤을 추시며 노랫가락에 맞춰서 어깨 춤을 날렵하게 추십니다. 할머니에게는 남자친구가 한번씩 찾아오십니다. 할아버지는 가끔씩 사무실로 전화를 하셔서 할머니의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언젠가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찾아오셨습니다. 오시자마자 할머니가 직원들에게 방 한 개만 빌려달라고 통 사정을 합니다. “선생님요 나 방하나만 빌려주소. 잠깐이면 됩니다. 방 하나만 빌려주소” “어머 할머니 무슨 방이 필요하세요? 저기 소파에 앉으셔서 두 분이서 말씀 나누시면 되잖아요?” “아니 나는 방이 필요한데.... 저 영감하고 잠시만 사랑을 나눠야되는데...” (옆에 서계신 할아버지가 하시는 말)”아~아~ 나 안된다. 요즘 힘없다. 나 빨리가야 한다“ 애석하게도 할머니는 뜻을 이루지를 못했습니다. 마침 할아버지가 겁이나서 볼 일이 있다고 부리나케 도망가듯이 가버렸습니다. 할아버지가 가시자 할머니는 직원을 붙잡고 하소연을 합니다. “이 집에 방이 많던데 저 영감오면 꼭 방 하나만 빌려주소. 내 잠깐이면 됩니다.” 난감한 문제입니다. 정말 방을 하나 빌려드려야 할지 아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