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영양 고향땅~ 오지체험~^^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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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4 00:00
“사람은 항상 고향에 애착이 있다”
<인어공주>와 <미운 오리새끼>등의 작품을 남긴 덴마크의 유명한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명언입니다.
어르신들의 마음속 그리움을 따라 이번 여행길은 경상북도에서도 오지라고 불리는 영양군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경북영양은 내륙에 깊숙이 들어앉아 있는 것이 ‘육지속의 섬’이라고 불릴 정도랍니다.
청정한 자연과 영양의 일월산, 특산물 ‘영양고추’등이 떠오르네요~ 구불구불한 고갯길들의 악조건 지형을 이겨내고자 주민들이 소득을 올리기 위한 삶의 방편중 하나로 일찍부터 고추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오지’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고향땅을 밟을 어르신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우리 고향 갈려니 넘사스러워서,, 원,, 길이 험하다고 욕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아이구,, 내가 가는 사람 고생 다 시키네”
어르신의 미안해하는 말들이 한편으로는 어서 빨리 고향땅을 밟고 싶다는 말로 들립니다.
어르신의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선생님들은 이렇게라도 말해봅니다.
“할머니~ 우리가 먼데 갈려고 이런 날을 잡은건데요~ 오히려 더 궁금하고 기대되고 그러는데.. 할머니집 문짝이라도 떼와야겠어요~” 하며 어느덧 중앙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있습니다.
이번 고향나들이에 함께 참여한 어르신들은 고속도로 풍경을 감상하며 묻어둔 고향에 관한 추억들을 조금씩 꺼내봅니다.
캄캄한 터널로 차가 진입하고 터널이 끝나는 지점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두눈이 동그래지고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온 세상이 흰눈으로 펼쳐진 겁니다. 여기가 정말 3월의 대한민국인걸까요~ 정말 스위스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설경에 여기저기 두리번 거립니다. 한폭의 그림이 따로 없습니다. 정말 다같이 보지 못한것이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사진첩에 눈내린 풍경사진 몇장을 올려놨답니다.) 그 감동을 어찌 말로 표현해야 좋을런지... 눈내린 인하댐의 절경에 또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새하얀 풍경에 ‘어머 멋지다’, ‘저 산속에 눈 내린 집은 정말 운치있다’며 밝은 햇살속에서 경치를 감상합니다. 터널하나에서 봄과 겨울을 넘나드는 경치는 오늘 여행길에서 상상치 못한 또다른 즐거움의 선물이였습니다.
서안동 휴게소에서 다양한 여행길에 오른 사람들과 마주치고 여행에서 빠질수 없는 휴게소 군것질이 시작되었죠~ 핫바를 하나씩 챙기고 고구마 스틱을 먹기 위해 손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그래도 점심먹을 배는 따로 남겨둔다죠~
안동시내를 지나서 정오가 조금 넘어 경북 영양에 도착을 했습니다. 뒷자리에선 벌써 어르신의 감격의 말이 들립니다. “아..여기가 영양이네~내가 살다보니 영양땅을 다시 밟아보네” 하십니다. 2005년경 농사를 짓다가 허리통증으로 인해 영양을 떠나 부산으로 수술을 받으러 나온 것이 마지막이였습니다. 다시 못올 줄 알았는데 감회가 남다르신지 기억속의 영양군의 그림을 떠올리시며 고향의 변화를 요모조모를 살피십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나니 배꼽시계도 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영양지역을 더 맛깔나게 즐기기 위해 영양군청 근처에서 근무하시는 공무원 한 분과 긴급연락이 되어 음식 괜찮다는 식당을 추천받아 식당에 도착하였습니다. 역시 기대 이상으로 소불고기 전골과 10여가지가 넘는 산나물들이 한 상 가득 올라옵니다. 반찬이 많아서 밥을 손에 들고 먹어야 하겠습니다. 매년 5월마다 산나물축제를 개최한다는 말을 실감나게 합니다. 배를 두드리며 식당을 나오니 경북 영양의 맑은 공기가 숨을 들이킬때마다 듬뿍듬뿍 몸속으로 전해져옵니다. 조금전까지 내리던 비도 그치고 햇살이 쨍쨍합니다.
이제부터 우리의 목적지인 일월면 오리리를 찾아서 달려야 합니다. 목적지를 향해 달리다보니 도로길은 점점 좁아지고 다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날씨변화로 인해 약간의 걱정이 앞서면서도 차창밖으로 보이는 눈내린 산골풍경은 가히 환상적입니다. 할머니가 살던 동네입구에서부터 좁은 산길도로가 보입니다. 비포장도로로 바뀌면서 눈이 쌓인 길이 이어집니다. 차도 거북이 걸음으로 조심조심 진행합니다. 차츰 앞으로 가면서도 미끄러운 산길앞에서 뒤돌아 나올수 있는 길이 나오질 않습니다.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못할것만 같아 긴장이 됩니다. 마치 영화속 주인공이 깊은 산길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전에 자주 보던 풍경인 듯합니다. 갑자기 영화속 대사를 읊조리기 시작합니다. “해지기 전에 이곳을 빠져 나가야해!!” 약간의 비장함을 실은 상황극으로 인해 긴장감이 조금은 누그러집니다.
눈앞에 약간의 비탈길이 보입니다. “덜~컹” 앗!! 이상합니다.
드디어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려는 걸까요? 차가 눈비탈을 넘어가지 못합니다. 앞으로 가야 하는데 뒤로 미끄러지고 있습니다.
길가 옆은 개울인데 자칫하면 물에 빠지는 건 아닐까요? 긴급상황인지라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모두 차에서 나왔습니다.
할머니들은 미끄러지는 차를 보며 직원들이 다칠까봐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얼음판위에서 어쩔줄을 모릅니다.
공중에서 빙그르르 도는 자동차 바퀴앞에 속수무책이구요~ 할머니 한분은 차에서 멀찍이 떨어져 혼잣말로 도와달라며 기도를 올립니다. 이곳에서 10여분만 더 가면 어르신의 고향집인데 지금으로선 차를 돌려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래쪽 산길 좌측에 약간의 공간을 발견하여 후진으로 차가 내려옵니다. 이제 방향만 바꾸면 돌아나갈수 있는데~ 제발,, 제발..
조금씩 좌우로 방향을 틀어가며 아슬아슬한 바퀴의 움직임이 간담을 서늘하게 합니다. 운전하시는 국장님도 긴장하신 모습이 역력합니다. 눈길이 너무 미끄러워 차바퀴에 돌을 괴고 마른 풀과 나뭇가지를 뽑아 바닥에 깔고 할머니들의 지팡이를 빌려와서 얼어있는 땅을 헤집어 놓습니다. 이런 방법들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열심히 공사를 시작합니다. 어느덧 고향방문은 잊고 바닥공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역시 불고기전골의 힘은 대단한가 봅니다. 고기 좀 먹었다고 돌을 쉴새없이 날라오고 나뭇가지를 뽑아 나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아마 우리가 고향 방문한 일행인줄은 모르고 황무지를 개간하는 줄 알껍니다.
하늘도 우리들의 수고와 노력을 가상히 여겼을까요?? 벌써 한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우리는 해지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말이죠~ 이젠 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차를 밀어야 하는 거죠~ 오늘은 힘쓰고 애쓰는 날입니다. “하나, 둘, 셋~”
기합소리와 함께 차도 조금씩 움직입니다. 그러나 방향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결국 후진으로 외다리까지 내려가서 방향을 다시 바꾸어보려 합니다. 후진도 쉽지만은 않네요~ 차가 휘청휘청거리며 개울이 손짓하는 곳으로 내려가려 하니까요~ 간신히 넓은 눈밭을 발견하고 다시 방향전환을 해봅니다. 여기도 개간이 필요하군요~ 또 공사를 합니다. 또 차를 밉니다. 또 진흙이 튑니다. 피튀깁니다. 이런!! 맙소사,,, 바퀴가 진흙탕에 빠졌습니다. 긴급출동이 필요한 때라 여겨져 구조요청을 했습니다. 신고접수가 되자마자 갑자기 모든 휴대폰이 통신두절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리 휴대폰 안테나 한칸을 채우기 위해 손을 머리위로 들어보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제는 마냥 구조대가 올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고 지나가는 행인 하나가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느덧 15시(오후3시)~저쪽 언덕위에 사람인가요?~ 삽 두 개를 한손에 들고 한 남자가 터벅터벅 우리를 향해 내려옵니다. 삽이 무기가 될수도 있는데... 이제까지 봤던 영화의 별별 내용을 상상해가며 시선을 고정시킵니다. 갑자기 한분이 급하게 오시더니 김*할머니와 반갑게 인사를 하시네요~ 휴~살았습니다. 어르신의 고향지인이셨습니다. 자신의 고향집에 가진 못했지만 김*할머니께서는 너무도 기뻐하시면서 그동안의 안부를 묻기에 바쁘고 연락처를 적기 시작합니다. 아저씨께서는 우리의 차를 보시면서 총 진두지휘를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자자~ 앞으로 가보세요~ 자, 여사님들은 이쪽으로 와서 차를 미시고요~ 자, 제가 장담합니다. 개울로 안빠집니다. 더오세요, 더더,,, 미세요~~ 스토오오오옵 ~~ ”
아!! 차가 길 아래로 방향을 바꾸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환호성과 함께 손뼉을 치면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 기뻐하는 와중에 아저씨께서는 “자~ 이제 저희 원두막으로 올라가셔서 경치도 구경하시고 차 한잔하시고 가셔야지요~ 얼마나 멋진곳인지 보시고 이렇게 멀리 오셨는데 그냥 가시면 안되죠” 하시며 순식간에 저희 일행을 이끌어가십니다.
아늑한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커피물을 끓여내고 우리 시설에 식당 선생님들이 먼길 간다고 손수 준비해주신 삶은 계란과 감자를 맛나게 먹습니다. 맛이 일품입니다.
기념사진 촬영도 하고 담소도 나누면서 눈덮힌 영양산골을 높은곳에서 내려다보며 절경에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사람이 그리우셨는지 이것저것 자랑하시는 아저씨의 모습이 어린아이마냥 순수해보입니다.
아쉬운 헤어짐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에 몇몇분의 고향지인들과 마주치게 되어 한옥집앞에서 기념촬영도 하고 근황도 묻고 손도 잡아봅니다. 추억속의 사람들을 만나면 다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까요? 할머니가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고향집앞까지 갔다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할머니는 연신 저희에게 고생했다며 미안해하셨지만 말이죠~ 뭐~ 담에 또 오면 되죠~ 뭐.... ^^;;;
고향이란 두글자가 주는 정겨움, 그리움, 그리고 함께 동행한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가슴 따뜻한 광경들..
오랜 시간이 지난후에 돌아보면 힘들고 슬펐고 고생했던 일들까지도 참으로 소중한 추억이 되는 건가봅니다. 오늘 우리들의 영양에서 있었던 사건들도 잊지못할 추억의 사진첩에 고이 간직될꺼에요~ 하얗게 내린 눈 덮힌 풍경과 함께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