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와 김총각의 사랑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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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8 00:00
오늘도 저어기 멀리서 노란색 옷을 줄기차게 입으시는 개나리 할매가 워커를 끌고 아장 아장 걸어오십니다. 올커니 오늘도 풋 총각 내 사랑 희종쌤을 만나기 위한 발걸음이군요.
아침 10시쯤 출근후에 오전 업무로 다들 바쁜 시간인데 할머니는 어김없이 김총각을 찾으러 옵니다. 와서 둘이 몇십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인양 두손 붙잡고 소곤소곤대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멀리서 보면 영화 한 컷 나올 컨셉입니다.
오신 김에 김총각을 만나면 다행인데 만약 못 만날시에는 아장아장 하루종일 사무실이 닳도록 왔다갔다 하십니다. “다른 사람은 안돼! 오직 김총각이여야만 해"
그리하여 우리들도 궁금증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김총각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인지? 대화 내용은 무엇인지? 둘의 사이는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 죽을 지경인지라
어느날은 자세히 들어보왔습니다.
개나리 할매 / “밥 먹었나?”
김총각/ “네 밥 먹었어요”
개나리 할매/ “추운데 옷 따시게 입었나”
김총각 / “네 따시게 입었어요”
개나리 할매 / 어제 일요일에는 없대?
김총각 / 어제는 일요일이라서 출근안했어요.
개나리 할매 / 안보니까 보고싶다.
개나리 할매 / “그래 오늘 봤으니 이제 일해라”
김총각 / “할머니 조심해서 가세요”
오~잉 이게 대화의 전부란 말이더냐?
뭐 올해 총선과 대선이 있는데 너는 어느 당을 지지할 것이냐? 대통령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느냐? 경제가 어렵다는데 너는 경제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느냐? 너의 경제관념이 어떠냐? 뭐 등등 이런 시급한 난제에 근접한 대화는 하나도 없고 어찌 밥먹고 옷따시게 입는 것만 매일같이 물어볼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것도 어쩌다 우연히 마주쳐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같이 사명을 띄고 그 총각을 만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그 총각이 출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만나서는 고작 하시는 말씀이 그 대화였다니 허탈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할 수 없지요. 그 총각을 못 본 날은 할머니의 하루의 일상을 망친 하루가 되겠기에 그 총각은 오늘도 할머니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그 총각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몸도 불편하지만 언어구사가 제대로 되지를 않았습니다. 웬만해서는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걸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떼데데데하시면서 할머니가 말씀하시면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해서 사람들과 소통이 되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김총각은 할머니가 떼데데데하시면서 말씀을 하셔도 어떻게 그렇게 용케 알아듣는지 우리 할머니는 속이 다 시원했던 것입니다. 남들은 무슨 소리냐고 듣는둥 마는둥하면서 지나치는 소리를 김총각만큼은 다 알아듣고 해결을 해주니 우리 할머니가 김총각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서 그때부터 우리 할머니는 김총각한테 꼿혀서 매일 같이 보지 않으면 병이 날 지경이 된 것입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추우나 더우나 할머니는 하루에 한번은 김총각을 만나서 소곤소곤 귀기울여 이야기 하고 오셔야지 하루가 편안하고 행복해 지는 것이었습니다. 아 김총각은 진정한 사회복지사인 것 같습니다. 눈높이를 할머니에게 맞혀서 그의 즐거움은 곳 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작은 일이지만 그 분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우리는 덜컥 보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새 봄이 오고 묵은 때를 다 씻어내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봄을 맞이 하는 이때 오늘도 어김없이 아장아장 걸어 오시는 할머니를 성산일기의 주인공으로 삼고 이렇게 한 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