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짱"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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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짱" 할매

성산홍보실 0 6063
1월의 끝자락에 성산에서 13년간을 우리와 함께 생활하셨던 정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일명 여기서는 "네 짱"할머니로 통합니다. 치매가 있으셨던 할머니는 직원들에게 네짱 네짱 하면서 보이는 사람마다 붙잡고 일본말을 하셨습니다. 할머니말은 아무도 알아듣지는 못해도 "네짱"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셨는데 얼굴도 작고 키도 작고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는 언제나 네짱 네짱하면서 직원들과 웃음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늘 일본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특히나 원장님과 국장님을 좋아하시고는 늘 부끄러워하면서 얼굴이 빨개지고 입을 가리고는 뭐라고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을 하시곤 했습니다. 시설에 계신 어르신들중 이상하게 정이 많이 가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중에 한 분이 정할머니가 아니신가 싶습니다. 늘 어린아이같이 순수하시고 눈이 까맣고 맑은 할머니는 치매로 인해 현실 감각은 없었지만 늘 노래를 사랑하고 사람을 좋아했던 분입니다. 한국말이 서투르고 일본말이 더 빨리 나오는 걸 보면 아마 어렸을 때 일본에서 사셨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남아있던 분 같습니다. "네짱"이라는 말이 일본말로 언니라는 소린데 언니와의 추억이 너무나 많은 듯 할머니는 앉기만 하면 일본노래로 네짱들을 웃기고 울리곤 했습니다. 90년의 삶을 사시다가 하늘 나라로 가신 "네짱"할머니가 아마 많이 보고싶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할머니 문상을 다녀왔는데 네짱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영정사진에서 볼 수가 있었습니다. 아~~~이 분들도 이렇게 젊은 시절이 있었구나. 이 분들도 우리가 알지못했던 젊은 시절에는 아들딸낳고 숨가쁘게 사시다가 이렇게 늙고 병들었었구나. 하는 생각이 나더군요. 할머니 이제 할머니 음성으로는 다시는 "네 짱"이라는 말은 못듣는다 해도 천국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겠습니다. "네짱"할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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