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동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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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날 동강에서

성산홍보실 0 5720
어느 가을날 동강에서 / 이이순(간호사) 아침정각8시 직원34명을 태운 버스는 강원도 영월을 향해 렛츠고!! 가을의 끄트머리 10월에는 가슴과 머리 텅 비워두고 흔들림 없이 조용히 사색하고싶다. 나무들이 계절 사이에서 색동옷으로 갈아입는 10월에는 더도말고 덜도말고 안쓰럽고 슬픈 흔적들을 동강에 지우련다. 긴 쓸쓸함은 꼭꼭 쌓아두고 구석구석 빈자리 채워가면서 보내련다. 이제 가을도 제법 깊어져 있어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요즈음 평창강과 서강이 만나는 곳 우리에겐 서남마을 또는 "한반도지형 마을"이라고 알려진 강가에는 가을이 꽤나 깊어져있다. 가을색 완연한 강가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동강을 즐기는 가장 쉽고 대중적인 방법은 여름에 즐기는 래프팅이다. 반면 가장 힘든 방법은 트레킹이다. 산을 타고 올라 동강을 한눈에 내려다 보는 길이다. 하지만 동강 트레킹은 흘린 땀 이상을 충분히 보답한다 잣봉 트레킹의 출발지는 거운분교 맞은편으로 나 있는 차 한 대 지날 만한 비포장도로가 트레킹 코스다. 운동장 한 켠에있는 잔디밭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준비한 맛있는 도시락으로 즐거운 식사를 한 후 출발하였다. 동강은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조차 고향의 강이다. 동강변의 미루나루가 선 여울목 자갈밭이나 빛바랜 옛 집, 나룻배 등 우리에겐 고향으로 통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잠시 뗏목할아버지를 만나 마지막 사공으로 일한 젊은 시절이야기를 들으며 쓸쓸한 마음이들어 칡주를 마시며 위로를 건네보지만 5개월전 사별한 할머니를 이야기를 할땐 가슴이쓰려왔다. 서강 전망대로 가는 산길은 다양한 수목이 어우러져 트레킹 하기에도 너무 좋은 곳이다. 남면 광천리를 흐르는 청룡포는 한과 눈물의 땅이다. 말없는 물은 단종의 한과 함께 영겁의 시간으로 흐른다. 단종이 쌓았다는 망향탑과 단종이 걸터앉아 놀았다는 관음송 등 단종에 얽힌 애살이 곳곳에 스며있다. 최근 "공주의 남자"드라마에서 유명해진 단종유배지다. 동강을 굽어보는 산은 여럿 있지만 그 중 최고 전망대는 영월의 잣봉이다. 동강의 최고 비경인 어라연("햇살에 비친 물고기 비늘이 비단처럼 아름답다"는뜻)을 위성사진 찍듯 내려다 볼수있는 하늘길이 열린 곳이다. 걸음은 저절로 조심스러워진다.기괴한 모양으로 뻗어 올라간 노송에 기대 심호흡을 해가며 걸음을 옮겼다. 노송의 그늘이 청량했고, 오른편 숲의 나뭇가지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동강 물줄기가 시원했다. 참지못한 우리 일행은 강물을 만지며 옛향취에 취해 어깨춤을 추며 어슬픈 노랫가락을 불러 깔깔거리며아쉬움을 달랬다. 힘든 여정이지만 추억많은 여행길이었다. 대구로 오는 차속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삶에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 든 가을 여행이었다. (2011년 10월 21일 직원단합 산행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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