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아빠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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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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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기

" 시아빠 안녕~~ "

성산홍보실 0 6604
2005년 파릇파릇하던 나뭇잎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 할 즈음에 성로원으로 할아버지 한 분이 입소 하셨습니다. “임 선생. 할아버지 입소하셨으니깐 간호사정 하고 오세요” “네..” 저도 이 성산이라는 곳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신없이 허둥지둥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였습니다 처음 방문을 여는 순간 보따리 하나를 옆에 끼고 귀엽게(?)뚱뚱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상기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이 할아버지와는 왠지 아주~~친해질 것 같다는 느낌!! 왜냐하면 할아버지의 처음 그 표정이 제가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긴장된 표정과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으~~응” 그렇게 할아버지와 인연이 시작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과 답변들 속에서 조근조근하며 긍적적인 할아버지의 성품이 얼마나 좋던지...긴장되고 조심스러운 직장생활 속에서 할아버지와의 인연은 작은 기쁨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할아버지의 당뇨수치는 하늘이 높은지 모르고 치솟고 당연히 저는 상냥한(?) 간호사에서 잔소리 간호사로 저의 잔소리 볼륨도 하늘이 높은지 모르고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당뇨수치가 400이 넘어요. 이러시면 안돼요...식사량 줄이시고.. 간식도 줄이셔야 하고..운동은 식후 30분에....” 라고 일장연설을 할라치면.. “내가 젊은 시절에 씨름선수였어.. 지금도 건강해.. 당뇨정도는 문제없어”하시며 너털웃음으로 마무리 하십니다 잔소리로 되지 않으면.. 행동으로..그래서 할아버지의 냉장고로 직행합니다 초코렛, 과자, 아이스크림,등등 단 음식들은 모조리 압수. 그러고는 할아버지에게 실눈으로 치켜뜨며 뭐라뭐라 하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너털웃음이십니다. 그러다보니 할아버지는 자연스레 초코렛, 과자등을 사 가지고 오셔서는 꼭 저에게 주십니다. 그 모습을 보던 과장님께선 당시 TV 드라마에 나오는 시 아빠 같다며 할아버지에게 저의 시 아빠라는 별명을 붙여주셨습니다 시 아빠는 여전히 달작지근한 주전부리를 좋아시고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무릎으로도 그 간식거리를 사러다니면 며느리는 그 간식거리를 빼앗느라 건강염려로 인한 잔소리를 하느라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2008년 크리스마스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냉장고를 뒤지며 싱싱한 야채 과일을 드시라는 잔소리를 남기고 문을 나설려고 하니... “여기 앉아봐” “왜요? 시 아빠” “내일이 크리스마스라는 날이라..특별한 날이여.. ” 하시며 부스럭 부스럭거리시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을 꺼내셨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여” “넹??” 거기에는 이쁜 귀걸이가 들어있었습니다 “이거 어떻게 사셨어요??” “시장에 가서 아줌마들에게 물어봤어. 요거 하고 내년에는 시집가” 하시며 저의 시 아빠가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제가 잔소리로 시 아빠를 귀찮게 해도 약을 잘 드시지 않는다며 퉁퉁거려도 시 아빠는 저의 잔소리가 잔소리로 들리지 않으니 어쩜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간식을 사러 다닐 기력이 없을 만큼 시 아빠는 기력이 쇠하여지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걸으셔도 넘어지시고 어지럽다고 하십니다. 어느날인가 뜬금없이 오시더니 “왜 시집안가??” 하시며 호통을 치십니다 “시 아빠 옆에서 계속 조잘조잘 거리며 잔소리 할려구요. 그래서 시집안가요. 헤헤” 그 대화가 마지막 이였습니다 그 날 허리통증으로 병원에 입원하신 시 아빠를.....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에서 다른 어르신들의 진료를 도와드려야 한다는 핑계로 입원실에 계신 시 아빠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다음에 라는 아주 야속한 단어로 영영 이별을 했습니다 아직 나는 할아버지한테 크리스마스 선물 답례도 못했고, 잔소리가 아닌 정다운 말한마디 못했는데.... ‘다음에’ 라는 단어가 이렇게 미안하게 될 줄은 이렇게 슬플 줄은 몰랐습니다 영정사진에서도 시 아빠의 인자한 얼굴은 그대로이십니다. “시 아빠!! 다음엔 크리스마스 선물 꼭~~챙길께요. 시 아빠한테 어울리는 모자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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