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로원 이사가는 날~
성로원 이사 가는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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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사 가능교?”
“이번 달 가기 전엔 이사 가는 거 맞지예?”
“내 짐은 언제 싸 줄 꺼라예?”
“새 집 들어가면 다 버리고 가야 되능교?”
“나는 꼭 온돌방으로(또는 침대방으로) 주이소~ 부탁합니데이~”
“내 살 방은 정해져 있습니꺼?, 내만 쏙 빼놓고 이사 가는 거 아니지예?^^”
“우리 방에는 꼭 착한 사람(?)만 붙이 주이소~”
“나는 뼈가 약하고 시리니 제일 따신 방으로 정해 줄 꺼제?”
이사하기 전 , 한동안 직원들이 출근할 때 마다 우리 어르신들께서 하루 종일 하시는 이사에 대한 질문들입니다.
벌써 몇 달 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척에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보이는데 정확한 이사 날짜를 모른 체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자니,
어르신들께는 눈앞에 맛있는 음식을 두고 못 먹는 것보다 더한 고문(?)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 번이라는 말이 있듯이, 매일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듣고 같은 대답을 앵무새처럼 해야 하는 저희 성로원 직원들 입장에서도 이번 이사는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져야 할 숙원 사업과도 같았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두둥~
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5월 7일!!
대망의 이사하는 날이 정해졌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이삿짐을 정리하는 직원들의 발걸음이 바쁩니다.그러나 이 바쁜 와중에도 몇 달 동안 이사를 손꼽아 기다린 어르신들이 막상 하게 된 이사에 대처하는 모습이, 성로원 직원들의 레이더망에 포착이 되었는데요,
이삿짐을 풀었다가 싸기를 반복하며 내 옷 훔쳐간 나쁜x를 잡아야 한다며 며칠 동안 난리가 난 문00 할머니는 이사를 한다는 소식에 다 풀어 놓았던 짐을 다시 싸느라 바쁩니다.
(어르신 본인이 필요 없는 옷이라며 스스로 정리를 다 하시고는, 그 사실은 잊은 체 이사를 온 지금도 옷을 계속 찾고 계시답니다 ^^;;)
나를 놔두고 이사를 가 버리는 건 아니겠지 하며 노심초사 눈만 뜨면 신축 건물만 바라보던 추00 할머니는 내방을 먼저 봐야 안심이 되겠다며 연00선생님의 뒤꽁무니만 졸졸졸 따라 다닙니다.
직원에게 아부(^^)성 짙은 멘트와 선물공세를 하며 꼭 좋은 방을 달라던 권00 할머니는 함께 살고 싶던 이00 할머니와 새집에서도 살게 되어서 정말 좋다며 눈물을 흘리십니다.
원하던 침대 방에 살게 되었다며 어린 아이처럼 침대위에 앉아서 폴짝폴짝 엉덩이춤을 추는 김00 할머니는 신이 나서 트로트를 멋드러지게 부르십니다.
이00 할아버지는 새집에 가는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는 어디로 가라고요?..”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몇달을 손꼽아 기다린 이 날!!,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또 하고 한 이사하는 날!!
오늘을 위해 저희 직원들 역시 만반의 준비를 했겠죠?
일반적으로 모두에게 익숙한 포~장~이~사!
이것이야 말로 우리 성산복지재단이 시초가 아닐까 하고 저는 감히 생각해 봅니다.^^v
성산복지재단의 성 자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하루만에 40명의 이사를 어떻게... ”라는 의문을 가지시겠지만,
성산복지재단에 발을 잠시라도 담가봤던 사람이라면,
“40명? 에이~그 까짓 거 40명 이사쯤이야~ 대충~”하며 눈 감고도 할 정도라는 것쯤은 다 아는 사실이죠? ^^
예전~부터 이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대충 눈곱 떼고 입가에 묻은 침만 닦은 후, 짐을 싸고 나르고 정리하는 우리 직원들 덕분에, 이사의 달인이 아니라면 성산복지재단의 직원이 될 자격이 없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지요? ^^
舊 성로원에서 짐들을 담아서 싼 후 휠체어 위에 딱~!
휠체어로 짐을 이동하여 新 성로원 각자 방 앞에 딱~!
어르신 개인의 짐을 장롱 및 정리함에 딱~!
침대 및 온돌방에 새로 산 이불세트 세팅 딱~!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 우리가 언제 이사를 했나 싶을 정도로 舊 성로원에서 新 성로원으로 하루도 체 안 걸려서 (6시간 만에) 40여명의 이삿짐 정리가 끝~!
이사가 끝난 후, 여느 때처럼 어르신들의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자연스럽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마당을 나와 보니 길고도 짧았던 이사한 날의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저희 어르신들이 지금의 설레임과 기대감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건물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남은 노년을 잘 마무리 하셨으면 합니다.
각설하고,성로원의 마당에서 매년 봄을 알려주던 꽃들(산유화, 목련, 살구꽃, 매실, 벚꽃, 철쭉, 장미, 이름 모를 풀과 꽃들)이 이사하기 전(마지막 생명을 다 하기 전)만발할 수 있도록 꽃이 피고 지는 섭리까지도 다 주장하시고, 대구 성로원의 모든 공사가 어려움 없이 진행되도록 도와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