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대박 꿈
이 할아버지는 91세이십니다. 얼굴은 호남형에 키도 크시고 등치도 크셔서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외모로 꿀릴 분이 아닙니다. 이북에서 오신 할아버지는 함경도 사투리를 쓰시곤 하는데 목소리가 크시고 성질도 급하고 불같았었습니다.
예전에는 할아버지 방을 정리하다가 작은 실수라도 했다하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쫓아다니면서 원상복구 명령을 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그 방 들어가기를 무서워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성격도 느긋해지고 예전의 성깔은 잘 찾아 보기가 어려울만큼 부드럽고 많이 순해지셨습니다.
18년전에 우리 시설에 오셨는데 할아버지가 한참 왕성하게 생활하시던 때에 시설에 계셨던 분들은 대부분 천국에 가셨습니다. 늘 장기를 같이 뒀던 장 할배, 어떤 할머니를 두고 연적 관계였던 이 할배. 같이 술 한잔씩 했던 김 할배, 담배를 나눠폈던 송할배등 이루 말할 수 없이 친했던 많은 친구들은 다들 떠났고 이제 새로 시설에 입소한 분들하고는 금세 친해지지를 못하십니다. 왜냐하면 요즘 들어오시는 할아버지들은 70대의 노인들이라 여기서는 젊은이들로 치기 때문에 세대차를 느끼시는 거지요. 그래서 인지 할아버지는 더욱 더 대박의 꿈만 꾸실 뿐 주위분들과의 관계 개선의 노력은 거의 안하시는 듯합니다.
이 할아버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바로 바로 대박의 꿈이지요.
언젠가 나도 부자가 될테야...
엄청난 부자가 돼서 자식들한테 유산도 좀 몇 억 씩 물려주고...
특별히 자기한테 잘 해준 딸에게는 목욕탕도 하나 지어주고....
그동안 당신을 돌봐준 직원들에게도 단단히 한 턱도 좀 내고...
자기를 은근히 무시했던 박 영감에게도 자랑질좀하고...
아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직 한 방 한 방 대박이 터져야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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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리의 할배는 언제나 일편단심 오직 한 꿈 대박의 꿈을 품고 살았습니다.
여기 오시기전부터 사모으기 시작한 로또의 꿈을 버리지를 못하시고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할아버지는 오직 로또 한 장에 모든 꿈을 걸고 사시는 겁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할아버지는 마당 입구에 서계십니다. 그러시곤 나가고 들어가는 차를 유심히 보시고는 “거~저기 찻길에 나 좀 태워줍시다레”하면서 주인 승낙도 듣기도 전에 무조건 냉큼 올라타는 겁니다. 물론 복권구입을 위한 행차시지요
18년 동안 로또에 인생을 걸었지만 아직은 그 꿈을 못이루셨습니다. 언젠가 건강이 무척 안좋아서 위기가 온 적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꿈을 이루기 전에는 도저히 도저히 이 세상을 하직할 수가 없다고 하시면서 생사가 오가는 위기에서도 그 꿈을 다시 확인하셨습니다.
어느 때인가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부득이하게 로또 복권을 살 수가 없었습니다. 병 문안을 간 우리 직원들이 애가 타는 마음으로 물었지요?
“할아버지! 복권 못사서 섭섭하시겠어요?”
“그러게 말이다, 요번에 아퍼서 누워있지 않고 복권을 샀더라면 요번이 꼭 되는건데 말이다”
ㅋㅋㅋㅋ
우리 할아버지의 대박의 꿈이 올해는 꼭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