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내 성질은 군수도 못 건드려!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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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3 00:00
아침부터 사무실에 정쌍술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십니다. 할아버지는 심한 소아마비로 거동이 위태롭고 말씀을 할 때도 보는 사람이 힘이 들 정도로 장애가 심한 분입니다. 창녕에서 어떻게 저런 분이 혼자서 살았을까 의아스러울 만큼 장애가 심하고 식사를 드실 때도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바닥에 떨어지는 게 더 많을 정도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한 다는게 불가능할 것 같은 분입니다.
창녕의 동네 주민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돌봐 드리다가 너무 힘이들자 시설에 입소의뢰를 해서 들어오신 분인데 할아버지는 뻑하면 "집에 갈란다 여기서 도저히 못 살겠다"고 화가 나서 겨드랑이에 보조기구를 양쪽에 끼고 뒤뚱거리면서 넘어질 것 같이 비틀거리면서 오십니다. 아 또 우리 할아버지 심기가 않좋은 것 같고 스트레스 해소용 투정이라는 것을 눈치 빠른 우리 직원들은 압니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하면서 아양을 떨면서 물어봐도 심술이 가득 찬 얼굴로 "내가 도저히 못살겠다. 아침에 물을 따라 달라고 하니 담당직원이 물이 아직도 많이 있는데 왜 더 달라고 하냐고 하면서 물을 안주고 갔다"며 "내가 더러워서 못살겠다" "내 성질은 창녕군수도 못 건드리는데..." "주는 밥 먹고 가만히 있으니까 내가 빙신인줄 아나" ????????
우와 우리 할아버지 심술이 또 막 나오는 겁니다.
그 성질 건드리면 힘든줄 알아서 웬만하면 그 비유를 다 맞춰드릴려고 노력들을 하는데 아뿔싸 오늘 또 다시 물 때문에 창녕군수도 못 건드리는 비유를 건드려 놓은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비유를 맞춰드려야 됩니다.
"우리는 할아버지가 너무 좋은데 가신다면 어떻게 해요?"
"잘못했어요. 담당직원을 오라고 해서 사과하라고 할께요."하며 담당 직원을 오라고 해서 싹싹 빌라고 하니 직원이 눈치를 채고 "할아버지 잘못했어요. 이제부터 물 많이 드릴께요. 물통에 물이 많아서 안 드렸는데 이제부터는 아낌 없이 물을 많이 드리겠습니다"하면서 아주 쩔쩔매며 사과를 하고 나니 할아버지의 심술이 풀렸습니다.
보통 한달에 두번정도는 꼭 할아버지는 집에 가신다고 합니다. 기다리는 사람도 마땅히 없고 몸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면서도 할아버지는 예전에 옹색하게 살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가 봅니다. 절대로 기도 안죽고 베짱만큼은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당당합니다.
우리는 그 분의 특이한 성격까지도 다 수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봐서는 도저히 화를 낼 일도 아닌데 화가 나서 혼자서 한숨을 쉬거나 집에 간다고 우겨서 우리를 난처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도 할아버지의 자존심을 최대한 살려드릴려고 하고 일일이 이해시키며 마음을 풀어드린답니다.
어쨌든 군수도 못 건드리는 성질을 건드린 우리 직원의 사과를 받고야 할아버지의 화가 풀렸던 오늘 우리는 결심 결심을 했습니다.
"절대로 군수도 못 건드리는 성질은 우리도 건드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