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잘하나?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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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5 00:00
9월 14일 어제였습니다. 미국의 대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일이기도 했지요.미국 뉴욕의 전대미문의 테러로 인한 대참사는 테러를 주제로 한 어떠한 영화보다도 더 영화적인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추모를 위한 경건한 날에 재미있게 행사가 있었다고 하면 전 세계적으로 왕따를 당하고 질책과 째림으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 말을 바꿔보지요.
시합을 했습니다. 무슨 시합이냐?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후원과 대구노인복지시설협회 주최로 노인복지시설을 맹글어 놓고는 처음으로 전국 노래자랑이 아닌 "전국 시설노인 종합예술제 대구 예선전"이라는 거창빵빵한 타이틀을 걸고 2명을 뽑아서 10월 31일날 서울에 올라가 결승전에 붙어보는 거걸랑요.
결승에서 1등을 먹으면 거금 500,000원의 상금과 상패를 타는 아주 어머어마한 대회에 대구의 6개 시설에서 내노라하는 한가닥하는 끼많은 노인들이 다들 모여설랑 시합아닌 경합을 했습니다.
시설마다 그 거금에 눈이 어두어 밤잠을 안재우며 노인들을 달달 볶아서 연습을 시키고 여기서 떨어지면 밥을 먹을 자격이 없대나 뭐래나 이래가면서 연합고사 보는 대입수험생들보다 더 빡시게 연습을 시키면서 분장단장콩장된장에 원장까지 모시고 와서는 28명이 경합을 붙였습니다.
가끔가다 연예인들이 와서 풍악을 울리고 디스코 메들리로 분위기를 높여주는 건 많이 봤는데 각 시설의 대표들끼리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흐음~서울 가는 티겟은 내꺼야!" 하는 눈초리로 서로 신경전을 벌이며 시작된 예선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배꼽을 빠지게 합니다. 특히 사회를 보던 박충서총무님은 누가 돈주고 사왔냐고 물어볼정도로 재미있고 노련하게 대회를 이끌어나가는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를 했고 각 시설에서는 자기 시설의 어르신들이 나가서 노래를 부를때마다 후라쉬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느라고 벅적벅적하더군요.
노인들은 노인들이라치고 노인들을 모시고 온 직원들이 애가 더 탑니다. 거의 대부분 박자 음정 무시되며 "밴드와 나는 원체 안맞아""나는 처음부터 밴드를 싫어했어" 하며 나홀로 음악에 취해 소리를 벅벅 지르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럴때 마다 직원들은 "아휴 못살아! 연습할때는 다들 신카나리아언니처럼 황금심 언니처럼 했는데 오늘은 웬 각설이 타령같이 하나"하며 면구스러워서 죽습니다.
상대적으로 남이 못해야 우리 시설의 노인이 될 확률이 높은 것은 확실한 일,그러나 노인복지시설의 직원들이 그렇게 째째한 사람들이 겠습니까? 그래 그래 아무나 되면 어때! 대구에서 올라간 분이 1등먹으면 대구의 자랑이요, 달구벌의 축제라고 다들 넉넉한 마음들을 가지고 박수는 손뼉이 부르트도록 치고 열광의 도가니탕으로 이끌고 나갔다는 거 아닙니까?
물론 미국의 부시대통령이나 유가족이 들으면 너무나 섭섭하겠지만 그래도 미리부터 약속된 자리고 계획이 되있던 행사라서 그대로 밀고 나갔습니다. 저기 부시대통령과 미국의 친구들이여! "정말 미안함미데이, 그러나 속으로 추모는 많이했다카이" 어떤 할머니가 이 말좀 꼭 전해달라고 해서 이렇게 주책스럽게 전합니다.
결국은 심사위원들의 단합된 마음으로 대상에는 성산복지재단의 박재경할머니가 "가는세월"을 정말 음정박자가사 하나도 틀리지 않고 86세의 연세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솜씨를 자랑하면서 1등을 했구요. 복음양로원의 할머니와 영락양로원의 할머니는 동점처리가 되서 재경합을 붙게 되었습니다. 재경합 결과 복음양로원의 할머니가 "목포의 눈물"로 2등을 영락양로원의 할머니가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구슬프게 부르면서 3등을 했습니다.
내년에도 또 이 행사를 할지는 몰라도 너무나 재미있고 흥겨운 시간이었습니다. 각 시설마다 많은 행사가 있지만 이렇게 연합으로 서로 경쟁아닌 경쟁으로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낸 각 시설의 어르신들은 다들 내년에도 또 하자고 하면서 "솔직히 성로원에서 1등을 한 것은 똥개도 자기집 앞에서는 1점을 먹고 들어간다"는 말 같지 않은 말이 사실이 아닌지를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될 것이라는 애매모호르한 말을 남겨놓고 스타렉스에 각 시설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면서 다른 시설의 직원들이 한마다씩 하고 가는 겁니다.
그런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아는 사람 있수?
츠암 당최 나는 그 소리가 뭔 소린지 모르겠는디....
어쨌든 10월 31일날을 기대하십시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지는 "노인종합예술제" 가요부문에서 우리의 대구팀 할머니들이 한 건수 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대구에서는 대형차를 대절해서 응원도 갈 겁니다. 뭐든지 한다면 하는 대구의 승~질(?)^^을 그대로 보여줄 것입니다.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