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멋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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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멋내기

성산홍보실 0 6687
"자~가을 프로그램 개편으로 인해 새로 신설된 반 "할머니들의 멋내기 반"이 신설이 됐습니다. 혹시 멋내기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하루아침에 10년은 더 젊어지고 싶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무조건 오세요. 오시면 젊어집니다. 이뻐집니다. 시집 또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장가도 또 갈래면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러면서 메이크업반 직원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꼬득이더니 드디어 오늘 할머니들 얼굴에 입술 벌겋게 발라주지를 않나 눈썹을 숯더미 처럼 새까맣게 칠해주지를 않나 더군다나 손톱에 메니큐어까지 발라드리더니 굳은 살 배긴 발톱에 까지 빨간 메니큐어를 발라드리면서 할머니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100 배는 더해주면서 드디어 일 내고 말았습니다. 할머니들이 화장법에 무슨 관심이나 있겠나 의아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대단벅적지글한 날이었습니다. 오후 2시에 어김없이 모여서 자기가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석들을 하던 다른 반의 할머니들까지 메이크업반에 몰려가서 입술들을 펭귄 입술처럼 내밀면서 "나도 발라줘 나도 발라줘"하며 너도 나도 입술을 내밀던 날, 눈썹까지도 더 진하게 그려달라고 떼를 쓰던 경호할머니와 손톱에 메니큐어가 끝나자 굳은 살 배긴 발바닥을 쑥 내밀면서 발에도 화장해 달라던 최강아할머니, 합창단 노래 연습하다말고 뛰어올라와서 제일 찐한 립스틱을 발라달라고 아우성 치던 묘학할머니, 우리는 놀래부렀습니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어쩌면 저렇게 화장을 하고 싶었던 걸 참고 계셨을까 싶더군요. 양로원에서 몇몇 할머니들은 늘 곱게 화장을 하시기는 했지만 이경호할머니는 언제나 맨 얼굴로 다니시더니 오늘 화장을 하고 나서는 입까지 수줍어서 가리고는 " 난 얼굴에 구루무(영양크림)도 한번 안발라봤는데 오늘은 구찌베니(립스틱)까지 발랐는데 억시게 좋구만요. 시집갈때 딱 한번 연지곤지 발라보고 여태까지 한번도 화장이라는 걸 몰랐는데 나도 구찌베니 바르고 거울을 보니 얼마나 예쁘던동 낼까지 세수안할라요" 하시면서 저녁 잡수실 생각도 안하시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길목에 앉아서 이사람보고 자랑 저사람보고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또 손톱에 메니큐어를 바른 김영환할머니도 곤시리 두손을 앞으로 내밀고 좀 봐달라는 식으로 자꾸만 눈짓을 합니다. 옆에서 보는 우리들의 마음에 웃음이 멈추지를 않습니다. "정말 좋아하시는구나" "여태까지 참아왔던 여자들의 심리가 여지없이 드러나는구나" "역시 늙어도 여자는 여자구나" 여러가지 느낌을 가지게 하며 이 프로그램을 더 활성화 시켜보자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정말 생각지도 않은 대박을 터트린 메이크업반은 입이 찢어져라 좋아하면서 당장에 영양크림 사달라고 압력아닌 압력을 넣습니다. 아휴 영양크림이 얼마나 비싼데 그 많은 할머니들의 얼굴에 다 발라드린담.80넘은 할머니들 얼굴에 영양크림 쓰면 주름이 없어지나???^^.....그리고 화장품 값을 뭐로 감당하나???? 그래도 저렇게 좋아하시면 빚을 내서라도 해드려야 되는게 우리 성질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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