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궂으면 치매할머니들의 땡깡(?)이 시작됩니다.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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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15 00:00
오늘 아침엔 기다리던 장대비가 잠깐 살짝 맛을 보여주더니 비는 벌써부터 그치고 날씨가 꾸물 꾸물 잿빛 하늘이 계속됩니다.
이렇게 날씨가 궂으면 치매끼가 있는 할머니들의 땡깡과 어리광(?)이 무지막지하게 시작되는 날입니다.
아~~ 그 얌전이 박흥술 할머니가 또 밥을 안준다고 소리 소리를 지르며 사무실로 찾아옵니다. 점심 식사후에 한잠 주무시고 나니 조금 전에 식사하신건 다 잊어버리고 "아! 88살이나 된 나를 밥을 안주고 ...이럴수가 있나! 이럴수가 있어!"하며 사무실 책상을 쾅쾅 두드리며 계속해서 흥분을 합니다.
언제나 흥분하면서 하는 주 내용이 엉성해져 가는 기억장애로 인해 식사를 하고도 금방 잊어버리고 밥 안먹었다는 얘기와 도난 망상으로 인해 지갑이나 돈을 둔 곳을 잊어버리고는 돈이 없어졌다고 주위 사람을 다 도둑으로 몰고 의심을 하며 "내가 돈이 없으면 어떻게 사느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머리를 앞 가슴에 딱 붙이고는 아무리 머리를 바로 들어보라고 해도 눈만 위로 치뜰뿐 자세도 마음대로 되지를 않습니다.
치매가 있기 전에는 우리 시설에서 가장 인테리 할머니로서 80이 넘는 연세에도 화장을 하고 자신을 가꾸기에 부지런하던 할머니, 예전에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걸 만나는 사람한테 마다 자랑삼아 이야기를 하고 늘 일본노래를 불러제끼고 할아버지들한테 인기가 만점이어서 다른 할머니들의 질시와 미움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셨던 할머니, 젊어서는 정말 미인대회에 나가면 입상은 맡아 놓고 했을 뻔한 할머니, 미모로는 상록실의 치매할머니 안나씨와 겨뤄도 조금도 뒤 쳐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을 할머니!
그러나 지금은 그 아름다운 추억은 쩌어기 멀리 도망가고 오직 밥먹는 일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뻑하면 밥안준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예전의 그 교양을 다 팔아먹어 버리고 땡깡으로 하루 종일 우리들을 괴롭히는 할머니!
치매는 정말로 너무너무 싫어라.언제나 교양과 미모로 우리들이 늙은 후의 이상형으로까지 꼽혔던 할머니를 버려놓는 치매는 정말 미워라.
츠암~~ 당최~~ 치매 때문에 우리는 몬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