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구구 잘못하면 입에까지 도착할 뻔~~~~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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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29 00:00
어제는 장애어르신들을 모시고 구룡포 호미곶에 다녀왔습니다. 1년 내내 시설안에서만 생활하시는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나들이 날짜를 잡아 놓고는 날씨때문에 한 번 연기를 했다가 어제 드디어 나들이를 했답니댜.
언제나 건강한 분들 위주로 여행을 하다보니 장애노인들은 1년에 한번밖에는 여행의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할머니들이 위축되고 시설 생활의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 어제 드디어 소원을 풀어드린 겁니다.
장애 노인들이라 휠체어가 없으면 다닐 수가 없는 분들이라서 둥지교회 장애인 차량을 빌리고 실로암 양로원의 대형버스를 빌려서 노인들 수에 맞춰서 직원들이 1:1로 짝을 지어 우리들은 구룡포를 향해 출발을 하였겠지요.^^
그냥 가자고 해서 갈 문제가 아닙니다. 아침부터 직원들이 나들이 옷을 입히고 다른 날보다 더 이쁘게 얼굴 씻기고 머리 빗기고 기저귀 채우고 신발 신겨서 휠체어에 태우고 순서대로 차량에 태우는 데 만도 거의 1시간이나 걸리는 겁니다. 아~~~할 일도 딥다 많은 겁니다.
모처럼 놀러가는데 그냥 가겠습니까?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김밥에 교촌치킨 튀기고 간식 보따리 풍성하게 싸가지고 소풍을 가는
할머니들은 입이 싱글벙글하십니다.
"좋다"
"너무 좋다"를 연발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옆 사람하고 싸운 듯이 얼굴 째리고 가시는 분도 계시고 무표정으로 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각자의 성격대로 표정이 천차만별입니다.
어쨌든 빠른 챤양곡 나오지요, 차 쌩쌩 달리지요, 정말 김밥 냄새 소~올솔 나지요, 해서 빨리 호미곶에 도착해서 신선한 회와 함께 김밥을 곁들인 맛있는 식사를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어디서 시금털털 야리꾸리 엉망진창 된장 비스무리한 냄새가 나기 시작을 하는 겁니다. 이~크 어디서 뭔 일이 분명있는 가 보다하며 둘러 보니 아니 이걸 어째!!!!
치매로 아무생각 없으신 윤할머니까지 모시고 오는 바람에 일을 벌려놓고 손으로 기냥 마구 함부로 어머나 세상에~~~~빌려온 차 유리에다가 시트에도 조금 아구구구 잘못하면 입에까지 도착할뻔~~~(히유~)
큰 일은 난 겁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은데 기사 아저씨라도 아시는 날에는 다시 시설로 가자고 방향 틀지 모르니까 직원들은 그저 묵묵히 시미치를 뚝떼고 할머니의 손만 꼭 잡고 가는 겁니다.
조금만 참자, 그래 조금만 참자하며 이를 악물고 참다보니 드디어 호미곶이라는 두 손을 바다와 육지에서 마주보고 서 있는 조형물 앞에 도착이 되더군요.
자~차가 도착하자 마자 일단은 할머니들을 한분씩 내리게 하는데도 시간은 엄청걸리고 그리곤 바로 윤할머니를 모시고 화장실로 모시고 가서 씻기고 옷갈아 입히고 하는데는 역시 우리의 짱언니가 노련하게 처리를 해주고 .....*^^*
드디어 즐거운 점심시간.
매번 남들이 놀러갔다 오면 후일담만 듣느라고 지겨웠던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자기들이 주인공인 것을 만끽하면서 방금 직송해온 모듬회를 상추에 싸서 초장을 넣고 한 입에 쏘옥 하며 잡숫기에 바
빴고 김밥 통닭 과일등으로 배를 두들겨 가며 먹는데에 열중을 하더군요.
아~정말 실컷 드렸습니다. 시설에서는 회를 잡숫더라도 이렇게 배를 두드려가면서 먹기는 곤란하지요. 워낙 식구들이 많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남 눈치 볼 것 없이 정말 원 없이 드시도록 했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입니까?
바로 장애노인 나들이 날 아닙니까?
날이면 날마다 오는 날이 아니라 1년에 한번 있는 나들이 날 아닙니까?
나중에 직원들이 집에가서 뒷처리하느라고 힘들지라도 지금 이 시간만큼은 먹고 싶은 대로 드렸답니다.
식사후에 우리들은 30여대의 휠체어를 몰고 바닷가로 바닷가로 향하였습니다. 마침 호미곶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는 특이한 구경거리였나 봅니다. 바다구경은 안하고 계속 우리들만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도 많았구요. 참 보기가 좋다는 아주머니들도 계셨답니다.
직원들은 할머니들과 사진도 찍고 자기들끼리도 이쁜 척 하면서 치~즈하며 사진찍기에 바쁜 가운데 우리들의 계획한 시간이 어느덧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아~미운 사람"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집으로 갈 시간 아~눕고 시포" 너무 오랬동안 휠체어에 앉아 있던 할머니들은 이제는 빨리 집으로 가서 푹 쉬고 싶으신가 봅니다.
할머니들의 마음을 빤히 아는 우리들도 짐 챙그리고 빠진 물건 없나 한번 더 확인하고 쓰레기는 쓰레기 봉투에 뒷정리 단단히 해서 묶어 놓고 집으로 향하여 오니 건강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문 밖까지 나와서 장애 노인들을 마중을 하더군요.
우리는 어제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르신들도 꽤나 즐겁고 좋으셨나 봅니다. 장애를 갖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여건만 되면 더 자주 바다로 산으로 들로 모시고 다니면서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어 드리도록 노력할께요.
이 말씀을 드리자 "좋아" "너무 좋아"를 연발 하시던 송옥연 할머니의 눈가가 발갛게 물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