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던 허국장과 젠나씨가...(1999년 1월 이야기)
성산홍보실
0
6249
2004.02.07 00:00
올해의 그 지독한 독감으로 우리 시설에는 너무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고통을 당하시고 몇몇분은 급성 폐렴으로 돌아가시기도 했습니다. 돌아가실 때마다 장의차로 운구를 하게 되는데 동네 분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걱정이 되고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동네분들이 혹시나 한 10여년을 매일 같이 남이 새벽기도회에 갈 시간인 새벽4시부터 오후5시 사이에 한쪽 알이 없는 썬그라스를 쓰고 환경미화원도 아니면서 동네의 쓰레기를 샅샅이 훑으면서 다니시던 이젠나 할머니와 배가 고위 공직자(?)의 국장님 정도로 튀어나와서 우리가 허국장님이라고 부르는 허위풍 할아버지가 늘 술에 취해서 빨간 얼굴에 빨간 코 빨간 눈을 껌뻑이면서 언제나 헐꺼덕 거리는 큰 신발을 신으시고 천천히 온 동네를 휘집고 돌아다니시다가 언제부터인가 동네에 안나타나시니까 "혹시 그 장의차의 주인공이 되셨나?"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근황을 이야기 해 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동네사람들에게 알려드립니다 !! 우리의 젠나 할머니와 우리의 허국장님은 너무나 잘 계십니다. 그분들은 건강에 약간의 이상이 생겨서 일단은 동네 시찰을 당분간 쉬는 것뿐입니다."
두 분은 우연히 거의 같은 시기에 중풍이 약간 와서 거동이 조금 불편할 따름으로 재기의 날을 기다리는 중 으로써 일간의 사망설은 낭설이오며 건강 이상설이 맞는 말이며그분들의 전담 주치의(?)에 의하면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으시면 새봄 새쑥이 날 때 쯤 해서 쓰레기 줍는 것과 쑥 캐는 것을 일생일대에 있어 가장 큰 취미로 알고 계시는 우리의 젠나 할머니가 쑥 캐는 데는 별 무리가 없을 듯하다고 말씀하시고 허국장님도 방문객들이 갖다 주신 과자봉지를 들고 앞에 포장마차에 가셔서 소주하고 바꿔 먹으실 날이 그다지 멀지 않 다고 하십니다.
이분들을 모르시는 분들은 별 상관이 없는 내용이지만 정말로 10여년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이 두분을 봐 오신 동네분들은 분명히 궁금하실 사항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온 동네 아니 이웃동네까지 모르는 사람들 이 없을 정도로 발이 넓었던 이 두 분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직 동네 한바퀴를 돌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주셨을 터이니 그분들의 근황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어쨌든 두 분은 잘 계십니다.
재기의 그 날을 꿈꾸며 오늘도 빠짐없이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시고 여태까지는 시설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나름대로 계획(?)이 있고 나름대로 바쁘셔서(?) 절대로 참석을 안하시던 두 분이 지금은 빠짐없이 참석하시고 이 젠나 할머니는 색색 끈으로 동여 맸던 머리를 짧게 짜르셔서 처음보면 잘 못알아
보실 정도로 너무나 예뻐지셨으며 허국장님도 빨간 얼굴이 이제는 색깔이 변해서 거무틱틱하게 건강하게 변하시고 병상 생활도 잘 참고 이겨내십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그 두 분은 분명히 10여년을 같은 구역 같은 동네 시찰을 하시면서 서로 맞부딪쳤을 경우가 참으로 많이 있었을 것인데 서로 통성명도 안하고 아무런 관심도 없으십니다. "뭐 우리가 얼른 나아 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하루도 빠짐없이 동네 시찰을 하여 우리의 근면성을 보여주자"는 등 "쓰레기 분리수거가 안된 집을 구청에 고발조치하자"는 등 "소주값 인상에 대해 방문객이 가지고 온 과자 몇 개로 해야될 지에 대해서 심도 높게 토론을 해자"대해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아마 건강이 조금더 회복되면 그러한 사항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어쨌든 다시 한번 동네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
우리의 젠나 할머니와 우리의 허국장님은 지금도 건재하십니다. 기대하십시오.
"올 봄에는 전에 같지 않지만 악착같이 운동하여 한쪽에 지팡이를 짚고라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동네 시찰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