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의 가을단풍
성산홍보실
0
4911
2004.10.30 00:00
어제도 진천골 아침은 밝았습니다. 어제 아침은 유달리 해가 늦게 뜨는가 봅니다. 꼭두새벽부터 나들이 준비가 끝난 지역어르신들이 아침의 해가 뜨기만을 고대하고 기대하면서 시간아 빨리가라 시간아 빨리가라 하면서 주문을 외운지가 어언 3시간이 넘었습니다.
며느리가 차려준 아침상도 받는둥 마는둥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성로원을 향하여 달음박질을 합니다. 죽어라고 뛰는 바람에 100미터를 2분안에 뛰는 것 같습니다.(재보지는 않았지만 느낌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성로원에 도착하여 보니 벌써 나보다도 먼저 준비하고 기다리는 많은 친구들이 어서 오라고 반기면서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성로원의 선생님들도 빨간 조끼를 통일해서 입고 일일이 인사를 하고 인원을 파악합니다.
조금지나자 45인승 관광버스 두대가 우람한 자태를 자랑하며 비좁은 좁은길을 들어섭니다. 너도 나도 자기와 가장 친한짝과 앉을려고 하나둘씩 올라앉고 성로원의 원장님을 위시하여 많은 선생님들이 하나둘 씩 차를 타는대 아마 얼굴이 이쁜사람만 직원으로 뽑히는지 인물들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
사설이였구요.
관광차가 출발을 합니다.
그러면 음악이 나오겠지요. 그러면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엉덩이가 자동으로 움직이고 어깨가 자동으로 올라가고 모든게 자동장치로 바뀝니다.
룰루랄라 하며 웃고 즐기는 가운데 우리들의 목적지 충남 논산 대둔산이 가까워졌고 일단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대둔산도 오리탕먹고보자"는 신조어를 만들어서 바로 오리탕과 훈육이 준비된 음식점에서 배가 불러서 일어서기 어려울 정도로 채워놓고 우리들은 대운산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산행보다는 음악틀어놓고 삼천만의 관광춤을 곁들인 노래자랑이 더 재미있겠다고 하지만 그래도 대둔산을 코앞에 놓고 어찌 춤만 추다 가겠는가 하는 생각에 우리들은 너도 나도 살살 걸으면서 대둔산 정복에 들어갔습니다.
대: 대구에서도 머언 충청도의 대둔산아 우리가 왔다.
둔: 둔하디 둔한 몸을 끌고 우리가 왔다.
산: 산야에 물든 단풍아 너의 멋진 자태를 보러 우리가 왔다.
이렇게 "우리가 왔다"라는 노래를 급히 만들어 부르며 할머니들은 색색깔로 물든 아름다운 단풍의 자태에 넋을 잃고 구경이 한창일때,
우리의 직원들 좀 보소.
여기저기서 자기얼굴 자기가 찍기 대회를 하느라고 핸드폰을 들고 혼자 눈을 위로 쳐뜨는 사람에 혼자 배시시 웃는 사람에 혼자 모델이 되어서 디지게 재미있게도 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디지털카메라로 가장 우아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치~즈하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에....
와~우 세상이 변했습니다. 먹는 음식이 나와도 젓가락부터 드는게 아니라 디카부터 들고 음식부터 사진한장 찍어준 다음에 음식을 먹어야됩니다. 순서를 어겼다가는 눈총받기 십상입니다. 정말 올 봄만해도 못보던 풍경이 이제 디카로 인해서 직원들이 사진사진사진에 약간 목숨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을 살짝 느꼈습니다.
솔직히 할머니들 나들이가 아니라 직원들 사진찍기 대회였던 건 아니였나 조금은 뒤돌아봐집니다.
가을 산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멋진 단풍이 절정이여서 그런지 울굿불굿 아름다운 산은 너무 너무 아름다웠지만 우리는 그 산을 덜컹 버려두고 우리의 삶의 터전 진천골을 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는 순간부터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그래서는 안되는 거였지만 우리의 할머니들 때문에 몸을 흔들지 아니할 수......(침묵하렵니다.*^^*)
그렇게 많이 먹었던 배가 어느틈엔가 다 꺼져버렸을 무렵 우리들은 옥천휴게소에서 90여명이 유부가락국수그릇을 들고 국물까지 한방울 안남기지 않고 먹어야만 됐습니다.
어제는 정말 즐거운 날이였습니다. 아니 내 말이 아니고 우리 지역어르신들의 말씀입니다. "어찌 양로원에서 이리도 지역에 있는 노인들을 위해서 여러가지 행사를 해주냐고~~~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어떤 할아버지가 대표로 말씀하시면서 "내년도 기약하면 되겠지요?"하며 내년을 벌써 기대하십니다.
"그럼요. 더 많은 시간과 계획을 가지고 여러분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시설이 되겠습니다."
아니, 내 말이 아니고 우리 원장님의 말씀이였습니다. *^^*
지역의 할머니 할아버지 !
건강하시고 매일매일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