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로원의 늙은개 아롱이
성산홍보실
0
4417
2005.12.03 00:00
12월입니다. 마지막 달랑 한장의 달력을 남겨놓고 세월은 빨리도 도망을 갑니다. 성로원에는 가는 세월과 함께 하루하루의 삶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어르신들과 성로원의 유명한 개 아롱이가 도망가는 세월앞에 긴 한숨을 내쉽니다.
아롱이는 14살입니다. 우리 성로원의 원조 개 아롱이도 이제는 늙어서 들리지도 않고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저 희미한 형체를 보고 자기에게 잘해주던 사람들을 뒤뚱뒤뚱 버겁게 쫓아다닙니다.
배에는 큰 혹이 달려서 예전에 북한 김일성 주석 뒷목에 달려있던 크기만한 혹이 달려있고 나잇살도 쪄서 매일 임신한 개라는 오해를 받는 할머니개입니다.
요즘은 신앙심도 깊어져서 아침마다 예배드리는 예배실에 맨 앞자리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새로오신 할머니가 처음으로 예배에 참석하면 반갑다고 혓바닥으로 신발을 핥아주기도 하며 누가 빠졌나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출석체크하는 건 기본입니다.^^
저녁에는 다 퇴근하고 당직자만 있는 시설에 할머니들 잘 주무시나 불침번을 보느라고 CCTV에 층층이 돌아다니는 아롱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월급도 안주는데 언제나 꾸준하게 건물마다 방범을 섭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왔다간거 직원들이 모를까봐 꼭 한번씩 이쁜짓(?)도 해서 욕을 바가지로 먹을 때도 많습니다.^^
경수할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한 아롱이는 이곳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개입니다. 맛있는 간식이나 우유를 아롱이를 위해서 갖다 주는 할머니들은 아롱이가 늙어가는 것을 굉장히 슬퍼하십니다. 정도 들고 당신들과 같이 늙어서 관절염을 앓는지 걸음걸이도 부실하고 요실금도 있는 개의 입장을 너무 자세히 알고 안됐다고 말씀하십니다.
날씨도 추운데 할머니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아롱이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한 자 적어봅니다. 아롱이도 이 가는 세월을 얼마나 붙잡고 싶겠습니까?
성로원의 많은 추억을 같이 공유한 늙은 개 아롱이에게 올해에는 장기근속개상이라도 하나 줘야되지 않나 싶습니다.
아롱아 오늘도 추운데 불침번 잘 서고 할머니들 사랑 끊임없이 받고 사는 날까지 더 아프지 말고 잘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