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싫어
성산홍보실
0
6794
2007.03.15 00:00
연세가 85세인 김 할머니가 화가 잔뜩 나셨습니다. 언제까지나 나의 사랑 상록실에서 호강하고 귀염받고 잘 살 줄 알았는데...이게 웬일 당신 건강이 무지 좋아져서 이제는 상록실의 귀염둥이로 살 수가 없고 이층으로 올라가셔서 건강이 좋은 다른 할머니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이 도래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기뻐서 펄쩍 뛸 일이지만 우리 할머니는 슬픈 날입니다.
"아! 내 건강이 왜 이리도 좋아져서 상록실에서 퇴실을 해야 한단 말인가!"
"저 송할매도 여전히 누워있고 저 서할매도 여전히 앉아서 생활하고 저 우할매는 여전히 아파서 밥도 떠 먹여주는데 왜 유독 나만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단 말인가!!"
생각의 발상이 너무 웃기는 것 같지만 할머니 나름대로는 너무 심각했던 겁니다. 낮에 장선생님한테 할머니는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으니 이제 이층으로 올라가시고 여기는 건강이 많이 나빠진 다른 할머니가 오셔야 되니 자리를 바꿔야 될 것이라고 말씀드린 것이 할머니에게 상처를 후벼파는 소리가 된 것입니다.
우리의 김할머니는 극단적인 생각에 빠지시더니 직원들이 과일을 깍아드리는 칼집이 있는 과도를 은장도를 꺼내시는 폼으로 꺼내시더니 "이년아 왜 나를 이곳에서 쫓아낼라고 그렇게 잘해주더니 이제는 내가 건강해져서 나가게 만드냐"고 하시며 우리의 상록실 장선생에게 협박(?)을 하시는 겁니다.
너무나 깜짝 놀란 우리 장선생님 일단은 칼부터 잽싸게 뺏어서 감추고는 "아이고 할머니 왜 그러세요? 건강이 좋아지셨으면 감사하고 기뻐할 일이지 이렇게 화가 나서 삐지는 할머니는 처음봤다"고 "이층에서 다른분들하고 재미있게 사시는게 더 좋지 환자들만 많은 이곳이 뭐가 좋다고 이렇게 화를 내십니까"하면서 달래 봅니다.
평상시 같으면 딸같은 직원들한테 "동상 동상"하면서 늘 웃던 할머니가 아직도 화가 안풀리셨습니다.
상록실!!
중환자들만 계신 곳이지만 직원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이곳에 계신 분들에게 좋은 안식처가 되어서인지 상록실에 계시던 분들은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참으로 싫어하십니다. 이번 김할머니도 정든 상록실을 떠나려하니 섭섭하여서 이런 헤프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 아무리 상록실을 떠나기가 섭섭하다지만 그래도 건강이 좋아졌다는 사실이 더 좋은 일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