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연수를 다녀와서 ...
성산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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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8 00:00
성산의 가족이 된 지 만 4년.
대구노인복지시설 연합회에서 주관하는 해외연수에 나도 타 시설의 직원들과 함께 드디어 연수 기회가 찾아왔다.
해마다 다른 직원들의 해외연수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만 보다가 내가 주인공이 되자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특히 단 4장뿐인 “일본연수”라는 행운의 티켓을 내 손에 검어진 4월의 그 날은 하루 종일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권이라는 것도 만들고, 환전도 해 보고....이런 작고 사소한 일들이 평온한 일상의 반복이었던 나에게 정말이지 삶의 큰 활력소가 되는 듯 했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일본행 배에 오른 후 멀리 섬의 나라가 보일 때까지만 하여도 마치 우리나라의 섬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와 방향이 반대인 일본 관광버스를 탄 후 아기자기한 일본의 집들을 보고 나서야 낯선 땅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버스에서 바라본 집들은 우리의 아파트와 달리 베란다에 유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옆집과의 경계도 파티션 같은 얇은 벽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집집마다 베란다에 이불을 말리고 있었다. 가이드 언니의 설명에 따르면 주택의 구조는 지진이 났을 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고, 베란다의 이불은 습한 기후 때문에 생긴 일본인들의 생활습관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대한민국이라는 좋은 나라에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처음 방문한 후쿠오카 쥬우세이엔 노인복지시설에서의 견학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져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이 많아서인지 외향적인 것은 우리나라의 시설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 어르신들에게 행하여지는 세심한 서비스에서 어르신의 불편한 수족이 되어드리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고 생기 있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전문가로서의 자기분야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낮 동안의 피로를 깔끔하게 풀어준 노천탕에서의 온천욕, 역한 유황냄새가 나는 연기를 끊임없이 내뿜는 아소산, 화려하고 웅장한 청수사, 금각사, 동대사, 오사카성, 귀여운 원숭이쇼, 화려한 기모노쇼 등 정말 다양한 경험과 볼거리를 접하였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뽑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선상에서의 하룻밤이라고 말할 것이다. 배에서의 하룻밤은 우리를 타이타닉의 주인공(?)처럼 느끼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월드컵 경기였다. 혹시나 배에서 한국 경기 안 해주면 어쩌나 맘을 졸였는데, 다행히도 TV 시청이 가능하였다. 4~5층 홀을 점령하여 한국과 토고의 첫 경기를 관람했는데 우리도 모르게 함성 소리와 아쉬움의 탄식소리가 절로 나왔다. 전날 호주와의 패배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직원의 경고 두 번으로 우린 숨죽여 “대~한민국”을 외칠 수밖에 없었지만, 울 태극전사들의 멋진 투혼으로 타국에서의 설움도 잊고, 몇 배가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이젠 일본의 먹거리로 화제를 돌려봐야겠다.
처음 일본에 도착하여 먹은 현지식부터 시작하여 호텔식, 선내식, 교토밴또 모두 정말이지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고, 또한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일본인들의 특성을 잘 반영하는 것 같았다. 그리나 그 깔끔한 이면에는 정겨움이라는 것을 찾아 볼 수 없어 매 식사 때마다 조금은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푸짐하게 한 상 차려 여럿이 시끌벅적하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의 정서와는 조금 안 맞는 듯 하였다. 또한 된장찌개와 매콤한 김치에 길들여진 우리의 입맛에는 담백한 일본 음식이 조금은 밋밋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선내식을 접했을 때는 정말이지 광고카피처럼 매운맛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하지만 일본의 장수비결이 이 밋밋한 음식들에 있겠구나 하는 생각은 나만 아니라 그 자리를 함께 한 모두가 공감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일본카레와 목장에서 먹은 요구르트, 타코야끼는 정말 맛있었다. 목장 요구르트를 생각하니까 또 입안에 군침이 돈다.
두 번째로 방문한 시설은 교토 켄코우엔 모모야마 고령자복지종합시설이라는 곳이었다. 이 곳에서 우리는 시설소개와 일본의 개호보험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우리가 약속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성껏 강의해 주시고, 질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다. 5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개호보험을 도입했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른 듯 보였다. 지역에 관리소를 두어 지역주민과 시설간의 정보교류의 장을 만들어 지역 속에서 어우러지는 시설의 모습이었고 가정과 똑같은 환경을 어르신에게 제공하여 어르신들에게 바뀌는 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감소시켜 정서적인 안정을 갖도록 일반가정을 구입하여 공동생활하시는 모습에서도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시설 내 커피숍을 통해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쉼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 안에 친근히 다가가는 시설의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었다. 우리나라 또한 수발보험을 준비 중인 이때에 일본의 모델을 통해서 발전적인 모습을 보고 온 듯 하여 좋은 시간이었다. 시설 라운딩은 어르신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이 많아서 멀리서 바라보는 부분까지 허락해 주셨다. 그 분들의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배려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직원들이 약간 불쾌한 감정을 보였는데, 그런 모습을 본 그분들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외부에서 온 손님보다는 시설 어르신들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일본 직원들의 모습은 어르신들의 사생활에 너무 많은 부분까지 관여하는 우리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어쩌면 그것이 문화적인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해외연수 내내 정말 즐거웠고, 나름대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낯선 환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사라졌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여행은 중독인 것 같다.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또 다른 여행이 그리워지니 말이다. 또 다시 해외연수라는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면서, “오늘도 즐겁게~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힘차게 외쳐 본다. 그리고 이번 연수에 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