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땅 밟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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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땅 밟기

성산홍보실 0 996
                                         
                                              고향땅 밟기

                                                                                       김온유영양사


천고마비(天高馬肥)’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을 살찐다는 말이 있듯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날 코로나 19로 외출, 외박이 어려운 이 상황 속에 지루해하실 어르신을 모시고 고향땅밟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총 4회에 걸쳐 나들이 다녀왔습니다.

고향

그 단어만으로도 그리움에 사무쳐 눈시울을 붉히는 것을 보고 어르신들에게 고향이란 큰 의미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픔이 있는 사람, 두고 온 가족이 있는 사람, 추억이 많은 사람 등 많은 사연이 있지만 그 곳에 다시 가보는 것이 참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어르신이 생전 지냈던 곳도 방문하고, 추억 가득한 음식을 준비하여 그때의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어르신이 말씀하시길

창밖을 보니 단풍도 들고, 바람도 살랑부는 걸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코로나만 아니면 밖에 놀러도 가고 할껀데..”라고 하시길래

어르신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고향이 어디에요?’ 여쭈어보니

나는 청도가 고향이에요! 고향에 한번 가보면 좋지요

 

코로나로 인해 식당에서 식사가 어려워서 도시락을 싸가게 되어 출발 전날부터 음식과 과일 준비에 정신없이 바쁘지만 어르신께서 드실 음식이라 생각하니 힘든 것도 잊고, 가을 나들이 나갈 생각에 재미있었습니다.

젊었을 적 아들, 딸들에게 싸주었던 양은도시락에 분홍소세지도 굽고, 따뜻한 얼갈이 된장국과 멸치볶음, 볶음김치, 어묵볶음 등 여러 가지 반찬을 직접 준비하고, 과일도 가을에 걸맞는 홍시와 귤, 포도 등을 준비해서 바람 좋고, 물도 좋은 청도 출발하였습니다.

청도가 고향인 이어르신과 거동이 불편해 지난 1년동안 안에만 계셔서 답답해하셨던 곽어르신 등 어르신 10분을 모시고 직원과 함께 청도로 가는 길에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을 보며 가을 정기에 빠져 생각에 잠기는 분도 계시고, 들뜬 기분을 노래를 부르며 조용했던 차 안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운문댐 망향정에 도착해서 탁 트인 경치를 보니 속이 다 시원하다고 하셨지만, 사실은 운문댐을 건설하면서 7개의 마을이 수몰되어 고향을 잃은 분들의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정자였어요.

사라진 고향에 대한 실향민들의 추억과 향수가 망향전 안 액자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눈물을 훔치시는 어르신 모습을 보니 저도 마음이 뭉클했답니다.

그림 같은 전경에 가을바람 솔솔 맞으며 먹는 도시락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일찍이 나와 수고해 주신 선생님들의 정성이 가득 담겨 져서 그런지 평소 식사 잘 못 하시는 어르신께서 선생~이거 봐요~’ 하시며 도시락을 보여주시는데, 밥 한 톨도 안 남기고 다 드신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나들이를 자주 나와야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시락도 다 먹고 간식과 커피를 즐기고 있을 때, 지나가던 분이 어디서 오셨어요~보기 좋으네요! 부모님 생각나네요. 실례가 안된다면 공연 잠시 보여드려도 될까요?’ 하시며 계획에 없었던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어르신들도 너무 좋아하셔서 기분 좋게 다음 방문지인 운문사로 출발하였습니다.

어르신 덕분에 운문사에 처음 가봤는데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500년도 넘은 소나무가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푸른 하늘에 울긋불긋 단풍꽃이 피고 직원과 어르신 모두 가을을 즐기며 사진도 찍고, 마음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청도가 고향인 이어르신은 종교가 불교라며 불상 앞에서 합장하고 나선, ‘코로나 때문에 절에도 못가고 참 답답했는데, 선생들 덕분에 고향땅에도 와보고, 부처님에게 절도 했다. 너무 고맙다고 하셨다.

운문사에서 간식도 먹고, 이제 대구로 출발해서 오는데 피곤해서 다 주무실 줄 알았더니 바깥 풍경을 보시고, 청도는 감이 유명한데 지금 딱 감 수확시기인데,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거 보니 너무 이쁘다고 감은 먹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보는 것도 좋다며 오늘 너무 행복한 추억 남겨줘서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셨습니다.

이번 고향땅밟기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의 고향을 다녀왔는데, 대구 성로원에 살고 계시는 모든 어르신의 고향에는 다녀올 수 없지만, 같이 살고 있는 옆 어르신의 고향을 같이 방문하면서,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도 듣고, 깨달은 바가 많은 하루였습니다.

수 십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인 것 마냥 이야기 하듯, 오늘 있었던 일도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아 훗날에 기분 좋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시고, 고향에 다녀올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원장님과 직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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