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의 성산일기/할머니의 말말말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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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의 성산일기/할머니의 말말말 (2탄)

성산홍보실 0 1065
 

(20년 전의 일기를 다시 올려봅니다 긴 시간이 지났어도 예전 일기를 읽다보면 그 때가 떠오르며 지금은 고인이 되신 많은 어르신들이  생각납니다)

(2002년 일기)


작년에 그렇게도 말을 술술술술 잘 풀어나가면서 닉네임이 안동 청산유수할머니로 통하여 "말하기 대회 그랑프리 감"으로 손꼽히던 이*희 할머니가 요즘 같은 방에 계신 할머니들과의 전쟁아닌 전쟁으로 상처를 입고 입히는 공방전이 계속되면서 공격적이 되시면서 늘 시끄러움의 주인공이 되셨답니다.

할머니방은 평수가 넓어서 4명이 같이 사용을 하신답니다. 그동안 같이 계셧던 분들이 돌아가시고 다시 짜여진 할머니방의 새로운 멤버중 조할머니는 언제나 넉넉한 마음으로 이편도 아니고 저편도 아니고 언제나 중립을 지키니까 싸움에 휘말릴 필요가 없고 김진*할머니는 느릿느릿하면서 예전에 안방마님 스타일로 말씀하시는 것도 젊잖기는 하지만 싸울때 보면 무섭습니다.

이*희 할머니와 함께 세 분이서 사실때는 그냥 저냥 사이좋게 사시는 것 같더니 새로운 김해 김씨 성을 가진 김귀*할머니가 오시고 나서부터 두 김씨할머니가 형님 아우하면서 친해지더니 언제나 2:1로 이*희 할머니를 공격하게 되자 이*희할머니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되는 겁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모질게 욕을 하지는 않았는데 요즘 싸움에서는 언제나 홀로 전쟁에 임해야 하는 외로움때문인지 욕을 아주 많이 하십니다.
무슨 첩이었다는둥, 예전에 물 지게를 3년을 넘게 진 가난뱅이라는둥, 아들마다 성이 다 다르다는둥, 남의 약점을 유언비어까지 섞어가면서 쏟아내면 같은 편인 김씨할머니들이 키 작은 사람이 욕은 어디서 저렇게 많이 배웠노, 80평생 저렇게 남의 말 잘하는 건 보다 보다 처음이다라는둥 또 이*희할머니의 약을 올려가면서 방어겸 공격을 퍼 부어 대는 겁니다.

싸움도 하루이틀이지 매일이다시피 이어지는 전쟁에 옆에 있는 분들이 괴로워서 죽을 지경입니다. 특히 같은 방의 조씨 할머니가 늘 불안합니다. 이편 저편도 못들겠고 중심을 꼭 잡고 중립을 지키자니 입도 근질근질하고....

이*희 할머니가 약이 오르면 얼굴이 벌게 지면서 하시는 말씀이

"낙동강 700리는 막을 수 있어도 조년들의 조동이는 막을 수 없다"
(자기에게 약을 올리면서 퍼붓는 것을 보며)

"주막 강생이 처럼 나서지 마라"
(편들지 마라)

"송골에 돼지 몰듯이 한다"
(둘이서 편을 먹고 자기를 몰아부친다)

"정지(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고 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맞다"
(두 사람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

"죽 바가지도 개가 핥으면 말갛다"
(예전에는 나쁜 짓을 많이 했어도 지금은 씻은듯이 깨끗하게 산다)

"서울 가 본 사람보다 안가 본 사람이 이긴다"
(모르면서 우기고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

"여포 창날이다"
(날카롭고 정확하다)

"나를 인감도장이라고 한다"
(나는 언제나 양심바르고 정확하다)

이*희 할머니는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서 나는 언제나 양심바르고 착하게 사는데 저 두 사람이 자기를 나쁜 사람으로 몰고 둘이서 편을 먹으면서 자기에게 싸움을 건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십니다.

두 김씨 할머니들은 이*희할머니가 샘도 너무 많아서 둘이서 사이좋게 얘기하는 꼴을 못보고 늘 첩이라는둥 시집을 몇번을 갔다는둥 똑바로 알지도 못하면서 남들앞에서 자꾸 망신을 줘서 싸움이 일어난다고 하면서 이*희 할머니를 다른 방으로 보내면 싸움이 그칠것이라면서 해결책까지 제시를 하는 겁니다. 정말로 이*희할머니 말을 들으면 이*희 할머니 말씀이 맞는 것 같고 두 김씨 할머니의 말을 들으면 두 할머니의 말씀이 맞는 것 같고 헷갈리기 그지 없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이*희 할머니는 자존심이 상해서 절대로 이사를 못가겠다며 양보를 안하신다고 공포를 하시고 우리 마음같아서는 한 분만 떼어놓아도 될 것 같기에 방을 바꾸어 보려고 해도 저렇게 고집들을 피우시니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합니다.

할머니들은 과거를 들먹거리는 소리를 제일 싫어하십니다. 더군다나 첩질(?)을 했다거나 일부종사를 하지 않고 재가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경우에는 거의 기절직전까지 가면서 흥분하고 분개하고 창피하게 생각을 한답니다.

어쨌든 직원들끼리 의견수렴을 거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잘못 해결하면 1년 내내 욕을 무지하게 먹고 할머니들이 삐져서 말도 않하고 고개를 팽하니 돌리는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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